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리스크 분담 차원
가맹점주에 매년 최저수입 보장금·전기료 750억원 직접 지원
"대통령 의식 행보…모두가 GS처럼 할 순 없어" 볼멘소리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문재인 대통령-기업인 대화를 코앞에 두고 편의점 GS25가 5년 9000억원 규모 상생안을 내놓으면서 프랜차이즈업계에 파란이 일고 있다. '베팅'이라 표현될 정도로 파격적인 가맹점 지원액에 경쟁 업체들은 부담감을 토로하는 모습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25를 제외한 편의점업체들은 GS25의 매머드급 가맹점주 지원 방안이 나온 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GS25는 전날 전국 가맹점주들에게 최저수입 보장금ㆍ전기료 지원금 등 매년 750억원을 직접 지원하는 것을 비롯해 5년 간 총 9000억원 플러스 알파(+α)를 '상생' 명목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가맹본부로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개별 가맹점 영업비용 증가분을 분담하기 위해서다.
GS25가 전국GS경영주협의회와 합의한 상생 지원 방안에는 ▲최저수입 보장금 매년 400억원 직접 지원 ▲심야시간 운영 점포 전기료 매년 350억원 직접 지원 ▲GS25 점주 수익 극대화를 위한 매출 활성화 솔루션 구축비 매년 1000억원 투자 등이 포함됐다. 5년 단위로 묶으면 총 9000억원에 이르는 지원액이다.
특히 최저수입 보장금ㆍ전기료 지원은 가맹점주들에게 곧바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체감 효과가 클 전망이다. 최저수입 보장 규모는 기존 연간 5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80% 인상한다. 최저수입 보장은 가맹점포의 수입이 기준금액에 미달할 경우 그 차액을 본부가 직접 보전해 주는 제도다. 24시간 운영 점포에 지원하는 전기료는 현행 50%에서 전액으로 바뀐다. GS25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2100억원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한 해 최저수입 보장금ㆍ전기료 직접 지원금 750억원은 영업익의 3분의1이 넘는 파격적인 액수다.
GS25는 가맹점주들과의 협상 등 별다른 과정 없이 상생안을 전격 결정했다. 당연히 경쟁 업체들과의 논의도 없었다. 그러면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비용을 분담해 상생하는 모범 사례를 남김으로써 업계 전반에 상생경영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보는 경쟁사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GS25와 업계 1, 2위를 다투는 CU는 "일단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정부에 최저임금 인상 리스크 해소를 요구하는 업계 목소리가 묻히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보완책이 미흡하다고 보고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기준 재조정 등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도 "프랜차이즈시장 전체에 미칠 영향을 예상하면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자연스레 여타 업체 가맹점주들 기대치도 높아질 텐데 모두가 GS25처럼 대규모 지원을 할 수 있는 여력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CUㆍ세븐일레븐ㆍ미니스톱 등 편의점업체들은 앞으로 내부 태스크포스(TF), 가맹점주협의회와의 대화 등을 통해 상생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이 내년부터 적용되는 만큼 아직 고민할 시간이 많은데 GS25가 너무 빨리 움직여버려 눈치작전, 속도전 분위기가 돼버렸다"며 "대통령과의 대화를 앞두고 보여주기용으로 섣불리 베팅한 게 아니냐"고 한숨 쉬었다.
GS25 모기업 GS의 허창수 회장은 28일 청와대에서 상생 협력 및 일자리 창출을 주제로 문 대통령과 대화한다. 이날 대화에는 허 회장을 비롯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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