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통신비 인하방안에 대한 정부와 이동통신업계 간 갈등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결론을 밀어붙이려는 정부와 이에 맞선 업계가 정면충돌 양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연쇄 회동에 나섰다. 소통을 통해 간극이 좁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오전 유 장관은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한 후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첫 만남을 가졌다. 이어 유 장관은 26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28일 황창규 KT 회장을 각각 만난다. 이동통신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의 장관이 개별 회사 CEO를 1대1로 만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주목된다.
정부는 개별적인 만남이 드문 일이고 통신비 인하방안이 중대한 사안인만큼 CEO 일정을 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CEO들의 일정에 따라 만나는 날짜와 장소를 조절했다는 후문이다. 정부 청사가 아닌 서울시내 모처로 장소가 정해진 이유다. 이처럼 미래부가 업계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유 장관 취임 이전 통신비 인하방안이 확정된 후 국장급 관계자가 시민단체를 찾은 것처럼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데 있어 협치의 모습을 보이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업계를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며 순조롭게 통신비 인하 정책을 펴나가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바람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선택약정 할인율 5%p 상향 조정은 물론 월 2만원짜리 보편요금제 출시 등 주요 사안을 놓고 반대의 목소리가 강경하기 때문이다.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에 대해서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취지와 상충된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더욱이 도이치뱅크 등 외국 금융기업까지 나서서 약정할인 계산방법이 잘못된 데다 법규상의 오류까지 문제제기한 상태다.
투자자들의 배임 문제제기 가능성까지 가세하면서 이통사들은 이대로 통신비 인하 정책을 강행할 경우 법적 다툼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 여전하다. 이렇게 될 경우 통신비 인하 주요 내용의 시행시기가 적어도 1년 이상 밀릴 수 있다. 정부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을 따라야 한다는 것도 맞지만 5G 시대를 맞아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지나치게 민간의 영업에 개입해 수익을 깎으려는 행위는 미래 성장의 토대를 없애는 것과 같다"면서 "국민의 정서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양쪽 측면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특히 유 장관이 이통사 CEO들을 직접 만나겠다고 나선 것은 선택약정 할인율의 혜택을 기존 선택약정 가입자 전체에 적용하겠다는 판단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해석을 하고 있다. 국정위는 선택약정 가입자 1500만명 가량이 월 1만1000원 가량의 통신비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며 법안 개정 없이 바로 시행할 수 있는 실효책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업계는 규정 개정 이후 신규 가입자에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는 상태다.
한편 통신비 인하안은 국정기획위가 지난달 구체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선택약정할인율 20%에서 25%로 인상, 보편요금제 도입, 어르신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월 1만1000원 할인 등이 포함됐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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