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이란 정부가 자국에 억류 중인 미국인들을 석방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했다.
바흐람 거세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란의 사법부와 법원, 판사들은 여느 국가들처럼 완전히 독립적"이라며 "미국 정부와 기관들의 그 어떤 개입과 위협적 발언도 국가안보와 법을 위반한 범죄자 처벌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지난주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부당하게 구금한 미국인들을 모두 석방해 돌려보내지 않는다면 새롭고 중대한 결론을 부과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란 정부에 경고성 메시지를 전했다.
백악관의 이같은 성명은 이란이 지난해 8월 간첩 혐의로 체포한 중국계 미국인 대학원생 시웨 왕에 대해 최근 징역 10년형을 선고한 데 따른 것이다. 이란 사법부는 23일 그가 학술 연구를 가장해 이란에 입국한 뒤 비밀문서 4500건을 빼내 해외 정보기관에 넘겼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달 자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귀국한 뒤 엿새 만에 숨지자 해외에서 구속되거나 구금된 자국민에 대한 대응을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백악관은 시웨 왕과 2007년 이란에서의 행적을 끝으로 행방이 묘연한 전직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 로버트 레빈슨을 직접 거론하며 이란 정부를 압박했다. 또 사업가인 시아마크 나마지와 그의 부친에 대한 석방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앞서 미국 측에 몇번이나 설명한대로 로버트 레빈슨은 수년 전 이란을 방문했다 떠났고 이후 그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이란 정부가 갖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거세미 대변인은 오히려 미국이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이란인들을 구금하거나 구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국은 1980년 이란에 주재하던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444일동안 인질로 잡혀있던 사건을 계기로 외교 관계를 끊은 상태다.
미국 하원은 25일 북한, 러시아와 함께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법안에 대한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 제재안에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관련된 인물들과 이란 혁명수비대 등을 제재하는 방안, 무기 금수조치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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