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십자 회담 사실상 거부
정부 대북정책 전환 압박 풀이
조만간 요구 수정 逆제안할 듯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북한이 우리 정부가 제안한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사실상 거부했다. 하지만 북한은 조만간 수정 제안 등의 방식으로 대화를 시도하면서 남북대화의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 관계자는 21일 "군사당국회담 제의에 대해 북한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서 "서해지구 군 통신선으로 전통문을 보내지도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공식 매체도 남북 군사당국회담 제의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국방부가 지난 17일 제의한 '21일 남북 군사당국회담'은 결국 무산됐다.
국방부는 이날 입장발표를 통해 "북한이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면서 "북한은 전향적 태도로 대화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북한은 남북 군사당국회담 제안에 대해서는 전혀 반응하지 않으면서 보수야당과 보수언론, 보수단체 등을 향한 비난에만 집중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가 "남조선 각계층은 더욱더 과감한 투쟁으로 촛불 민심에 도전하며 감히 머리를 쳐드는 추악한 보수 역적무리들을 씨도 없이 모조리 박멸해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전날에도 노동신문을 통해 "남조선 당국이 상대방을 공공연히 적대시하고 대결할 기도를 드러내면서 그 무슨 관계 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여론 기만행위라고밖에 달리 볼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일단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동시에 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 된다. 우리 정부가 대화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바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협상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이 정도는 예상했던 범위였던 만큼 비관적으로 볼 상황은 아니다"면서 "북한이 다음 달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중단을 요구하면서 수정 제안을 해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또 "남북 적십자회담의 경우 제안한 기간이 남은 만큼 응답해올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대화의 주도권을 자신의 판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남북 군사당국회담에 응할 것이라던 우리 정부의 예상과 달리 자신들이 꺼리는 것으로 알려진 남북 적십자회담에 전격 응함으로써 회담의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남북 적십자회담의 의제인 이산가족 상봉은 2015년 10월 이후 1년 9개월째 열리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탈북한 여종업원 12명과 탈북한 뒤 남한에 정착했지만 북송을 요구하는 김련희 씨의 송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남북 적십자회담에 응할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면서 "UFG 훈련 중단이나 탈북자 송환 등을 조건으로 수정 제안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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