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양적완화(QE)를 축소할 것인가 유지할 것인가'
갈림길에 선 유럽중앙은행(ECB)이 20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면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입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열린 ECB 포럼에서 예상보다 빠른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했던 드라기 총재는 이날 회의 후 ECB 통화정책의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ECB가 이번 회의에서 테이퍼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더라도 QE 연장 또는 확대 지침을 삭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ECB 내부에서는 조기 테이퍼링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켓워치는 ECB가 테이퍼링을 놓고 찬반 입장이 엇갈려 정책 방향 설정과 메시지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프랑스중앙은행(BOF) 총재는 19일 프랑스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QE 정책은 여전히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고민 깊은 ECB의 상황을 드러내기도 했다.
갈로 총재는 "우리는 진전을 하고 있지만 아직 목표에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QE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유렵경기는 호전되고 있지만 물가 상승률은 ECB의 목표(2%)에 못 미치고 있다.
앞서 드라기 총재는 조만간 경기 부양책 철수를 위한 논의에 나설 것이란 신호를 시장에 던졌다. 그러나 ECB 회의를 앞두고 조기 테이퍼링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늘면서 전날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높은 1.1554달러까지 폭등했던 유로화는 이날 0.34% 밀리며 관망세를 보였다.
ECB 정책에 대한 관망세가 확산되면서 전날 미국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0.5bp(1bp=0.01%) 오른 2.268%를 기록했고 2년물은 0.4bp 상승한 1.356%를 나타내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특히 이날 ECB와 함께 일본은행(BOJ)도 통화회의를 앞두고 있는 점이 투자자들을 더욱 관망세로 이끌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와 같은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실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투자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가 전 세계 펀드매니저 2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반영됐다. 이 조사에서 전문가 48%가 '중앙은행들이 과도하게 확장적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11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그만큼 중앙은행과 시장의 괴리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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