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각 지역을 대표하는 과일들의 지도들이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따뜻한 남쪽에서 나던 과일들이 북쪽으로 올라오고 있고 남쪽에서는 열대과일로만 알고 있던 과일들이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 우리나라의 사계절을 대표하던 과일 중에 하우스 재배가 가능한 것들은 한 계절씩 앞서서 나오게 되니 겨울에 딸기를 맛보고 봄에 수박과 참외를 먹게 되어 제철이 되어도 그 과일은 찾지 않게 된다. 이미 많이 맛보았으니까.
그러나 여전히 한자성어처럼 지역명과 과일이 익숙하게 세트를 이루며 유명산지들이 전국구를 구성하고 있다. 논산 딸기, 함안 수박, 성주 참외, 조치원 복숭아, 고창 복분자, 문경 오미자, 영동 포도, 대구 사과, 나주 배, 경산 대추 등 그렇다. 이외에도 전국구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역의 축제로 그 유명세를 알리는 과일들이 많다.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자주 다니는 길에 여주 금사면이 있다. 성주 참외만큼은 아니어도 우리 동네에서는 나름 유명한 금싸라기 참외 생산 단지이다. 양쪽 길을 따라 노란 참외들이 가지런히 담겨 있으니 급하게 가던 길이 아니면 차를 세워 참외를 맛보고 사오게 된다.
금싸라기는 매우 비싸거나 귀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참외에 있어서 금싸라기는 품종을 뜻한다. 일본에서 들어온 품종이 계량되어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대부분의 참외는 금싸라기이다.
참외는 ‘korean melon'이라고 부르지만 일반 멜론처럼 후숙을 시켜 먹지는 않는다. 특히 참외 속은 여름철에는 상하기 쉽기 때문에 긁어내고 먹기도 하지만 단맛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속과 씨를 다 파내고 과육만 먹게 되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든다.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다 갖추어지기 어렵다는 뜻으로 ‘크면서도 달달하기까지한 참외는 없다’라고 말한다. 품종 계량으로 크면서도 달달한 참외들도 많지만 올해 여름엔 작고 못생긴 참외의 참맛도 느껴보고 부족한 조건에도 만족해 보자.
이미경(요리연구가, 네츄르먼트, http://blog.naver.com/pou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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