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분을 국가가 직접 지원키로 결정하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른 재정 지원과 달리 최저임금 지원은 일회성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ㆍ영세 중소기업의 경영부담 증가를 완화하기 위해 평년 상승률(7.4%)을 상회하는 인건비 증가분을 국가가 직접 지원할 계획이다.
만약 최저임금위에서 최저임금 증가율을 평년 수준으로 정했다면, 최저임금은 시간당 6949원 정도다. 내년 최저임금(7530원)과의 격차는 시간당 581원이다. 월 단위로 환산(209시간)하면 근로자 1인당 월 12만1429원의 차액을 국가가 부담하는 셈이다. 수혜를 받는 근로자는 약 277만명으로, 국가가 추산한 재정 소요분은 3조원 안팎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재정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없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재정개혁(112조원)과 세입개혁(66조원)을 통해 178조원 규모의 공약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번에 추가된 3조원은 여기 포함돼 있지 않아 다른 수단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증세 등 다른 재원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참여정부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파동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당시 걷었던 종부세 규모는 2조원에 불과했다. 바꿔 말하면 단 2조원을 더 걷는 것만으로도 정부 지지율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부가 올해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명목세율 인상을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 역시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의 경우, 일회성에 그치는 다른 정책들과 달리 한 번 올리면 예전으로 되돌리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실현하려면 매년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가야 하는데, 그때마다 정부가 재정을 통해 지원해야 하는 지에 대한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간 3조원의 재정지원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지도 문제다.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다른 정책들은 시행하고 나면 효과가 영구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인건비는 한 번 올라가면 내려가는 법이 없기 때문에 투입되는 재원 등을 고려하면 정책이 좀 더 신중해야 한다"며 "이번 추가보완책은 지속적이고 항구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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