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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꽉 막힌 모험자본 공급…스타트업, 데스밸리 못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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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꽉 막힌 모험자본 공급…스타트업, 데스밸리 못 넘고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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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아이디어만 보고 100만달러 투자
성공한 기업인·증권사 엔젤투자 늘려야
정부 자금지원보다 세금혜택이 효과적

가계부채 감축 증시 상승 걸림돌 우려
자본시장법, 원칙 중심의 규제 필요
올바른 지배구조 기업상황 따라 달라…스튜어드십코드 무조건 행사는 금물


한국 증시 삼성전자 쏠림 줄이지 말고 다른 기업들 삼성처럼 키워야

2400선 찍은 코스피 새 정부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 반영
외국인 투자가, 글로벌 시각으로 보기 때문에 경제전망 잘해왔다
홍콩 CLSA "문재인 정부 임기 말 4000선까지 갈 수 있다" 자료도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박미주 기자]"모험자본 공급이 잘 안 되고 있다. 정부가 아닌 성공한 기업인들이 개인 자금으로 모험자본을 대 주는 게 필요하다. 증권사들도 모험자본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신문과 대담을 통해 "창업까지는 되는데 그 다음인 데스밸리를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스타트업을 시작한 후배 둘을 만났다는 황 회장. 그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필요한 건 1억~2억원 정도인데 벤처캐피털사에서는 초기 매출을 증명해야 하며 15억원 정도를 받을 비즈니스 모델을 키워 오라고 하고, 연대보증을 서야 자금을 줄 수 있다 하기도 한다"며 "아이디어만으로 억 단위로 주머니를 푸는 데는 없다고 한다. 정말 '데스밸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리콘밸리에는 위험자본들이 많고, 아이디어를 들어보고 100만달러를 투자해준다"는 것과 다른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황 회장은 스타트업, 엔젤투자에 정부가 나서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정부 자금으로 지원을 하면 검찰과 감사원 등의 감시를 받는데, 이런 점 때문에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반대로 순수한 사적 자본은 그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스크를 회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엔젤투자자들이 많이 없는 게 아쉽다"며 "개인적으로 창업해 돈을 많이 번 기업가들이 벤처 경험을 살려 엔젤투자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엔젤투자자에는 세금 혜택을 주는 것도 좋다고 했다. 황 회장은 "미국의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를 만났는데 엔젤투자로 이익이 난 경우 세금 문제가 크게 있지 않고 전체 회사 투자분의 손익을 합산해 세금을 낸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앞둔 증권사들도 모험자본, 선행자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황 회장은 "증권사들은 은행ㆍ보험사들보다 용감한 업종"이라며 "늘어난 자본으로 자기자본을 태워 창업가들을 돕는 모험자본으로 삼아 비어있는 사적 자본의 공급 부족 부분을 메워야 한다"고 봤다. 이어 "증권사 자본금 회전율은 높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많은 프로젝트를 보고 발 빠르게 들어가 거래를 성사시키며 수익을 올려야 한다. 이를 잘 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은행 계열로 속한 증권사는 지주 내 성장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 회장은 "은행이 항공모함이라면 증권은 항공모함을 보위하는 구축함 또는 비행기 편대로 은행만 있는 함대는 취약하다"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은행의 성장은 예측 가능하지만 증권부분은 폭발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며 "지주사 회장들도 이런 전략을 쓰지 않겠나 기대한다"고 말했다. 은행 계열 증권사와 순수 증권사들이 경쟁하면서 커나가는 구도도 좋다고 했다.


아울러 증권사들이 제 역할을 잘 하기 위해선 '원칙 중심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견해다. 황 회장은 "자본시장법은 '시장법'인데 이 경우 원칙이 중요하다"며 "원칙 중심 규제로 자본시장을 바꾸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증권사들이 모험자본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야성과 상상력이 필요하다"며 "증권업은 내비게이션이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닌 나침반으로 동서남북만 알고 새 길을 찾아야 하는 업종"이라며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2400선을 넘어선 코스피는 새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봤다. 황 회장은 "증시가 우상향할 것으로 보인다"며 "코스피 중심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고,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이 주식시장을 강하게 받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외국인들이 글로벌 시각으로 보기 때문에 경제 전망을 잘 해 왔다"며 "홍콩 CLSA에서는 코스피가 문재인 정부 임기 말에는 4000선까지 갈 수 있다는 자료를 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매출은 국내에서만은 알기 어렵고 글로벌로 봐야 알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다만 증시 상승 관련 걱정되는 점은 가계부채 감축이라고 했다. 황 회장은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는 정책을 펴려고 하는데 이 경우 소득이 줄어 소비가 줄게 된다"며 "그러면 경제를 소득 소비 중심으로 끌고 나가겠다는 것과 가계부채 감축 정책이 엇박자를 내게 된다"고 우려했다.


증시 상승 기대감을 높이는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외국인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이를 중요하게 여긴다고도 했다. 황 회장은 "한국의 지배구조 불투명성은 1990년대 초부터 나온 얘기"라며 "1990년부터 삼성전자에서 국제금융팀장으로 재직하며 글로벌 기업설명회(IR)를 담당했는데, 외국 투자자들이 그때부터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에는 세부적으로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기에 그 문제로 시달렸다. 기업 비밀 누설을 이유로 대강 비율만 알려줄 수 있었다"며 "그럴 때면 외국인들이 이런 수준의 재무제표 받아들일 수 없다 말했다"고 회고했다.


황 회장은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자세히 알고 신뢰하고 싶어 했는데 계속 아쉬워했고 다른 회사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며 "지금도 대우조선해양 등처럼 회계보고서의 정확성 신뢰도가 100%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기업 재무제표와 지배구조 신뢰가 미국 수준으로 오른다면 지금보다 증시가 20~30% 오를 수 있지 않을까 본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가 보는 올바른 지배구조는 무엇일까. 황 회장은 "가장 좋은 기업 지배구조의 형태는 없다"며 "회사의 역사와 업종, 경쟁상태 등에 따라 지배구조는 다양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오픈마인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강화 방안을 담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도그마'에 빠지면 안 된다고 했다. 황 회장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자체는 바람직하다"면서도 "오너 경영이 더 나을 수도 있고, 오너는 경영 근처에도 못 오게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최고경영자(CEO)는 무조건 전문경영인, 사외이사는 무조건 누구 등 정형화 잣대를 들이대 스튜어드십코드를 행사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 회장은 "혁명하듯이 당장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문제 있는 모든 이사와 CEO를 처리한다는 접근은 어려울 것"이라며 "기업은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5~10년에 거쳐 기업 형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최고가를 경신하며 삼성 그룹주들이 증시의 30%가량을 차지하는 현상 관련 황 회장은 "삼성전자를 줄이고 잘라서 위험을 줄인다는 발상은 아닌 것 같다"며 "다른 기업을 삼성전자처럼 키워야 한다"는 시각을 내놨다. 황 회장은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이 대한민국에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며 "그런 것들을 키울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생각도 강하다. 영어, 중국어, 컴퓨터 등은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의다. 황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이 수원 매탄동에 40만평의 공단을 조성할 때부터 한국 국민을 상대로 한 게 아니라 세계무대를 생각하고 지은 것"이라며 "어릴 때부터 영어와 중국어를 배우고 컴퓨터를 갖고 놀면서 세계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야 게임 개발 등으로 미국, 중국 등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영어를 못 하면 인터넷을 사용하기 어렵다. 영어를 잘 모르면 한국 사람만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다"며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해당 과목들을 가르치지 않으면 30년 뒤 대한민국은 약한 나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대담=박철응 차장
정리=박미주 기자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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