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중심의 규제로 해야…투자자별로 규제 달리 해야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자리 잡아야…자산운용 중심 국제 금융허브 만들어야
이달 해외와 비교해 만든 '증권업계 경쟁력 강화 방안' 책자 선보일 계획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자본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준비를 갖췄다. 시가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최근 돌파했고 연금자산은 급속히 증가하며 증시 상승의 기반이 될 것이다. 이제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국내 자본시장이 세계적 금융허브로 크는 데 작업을 시작할 때가 됐다."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이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황 회장은 "상반기 주가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펀드시장은 활력을 회복했는데, 이는 기업 실적 호조와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 때문"이라며 "전체적으로 상황이 괜찮지만, 이제는 다음 단계를 준비할 때를 맞았다"고 말했다.
먼저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황 회장은 "자본시장법은 2007년 만들 때 원칙 중심으로 했다가 시행 직전 글로벌 금융위기로 법이 개정되며 포지티브(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 규제 중심이 됐다"며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원칙 중심의 법과 제도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본시장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모험가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모험가들은 내비게이션이 필요 없고 나침반만 있으면 된다"고 부연했다.
투자자별로 규제의 틀을 나눠야 한다고도 했다. 황 회장은 "전문투자자들은 보호가 필요 없다"며 "개인투자자와 전문투자자는 구분해 일반 투자자는 촘촘히 관리하고 전문투자자는 자유시장 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를 국제 금융허브로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견해도 내놨다. 황 회장은 "참여정부 때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이 있었는데 된 건 없고 정체상태였다"며 "이제 자산운용의 싱가포르형, 자산운용 관련 서비스 중심의 룩셈부르크형처럼 체질에 맞는 금융허브를 만들어나갈 때가 됐다"며 "우리나라가 아시아 펀드 산업의 메카가 될만한 여건은 충분하다"고 전했다. 이어 "어려운 건 디테일에 있다"며 "자산운용 전문가인 외국인들이 한국에 좋은 국제학교, 집안일을 봐줄 수 있는 필리핀하우스메이드 등을 찾기 어려워 불편을 겪는다고 한다"며 "외국 금융사들을 동반자로 생각하고 이들과 경쟁하면 국내 자본시장이 세계적 금융허브로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자리 잡는 것도 자본시장에 중요한 일이라고 봤다. 황 회장은 "기금형 퇴직연금을 통해 노사가 공동 운영하는 수탁기관을 만들어 외부에 맡기면, 기금이 모여 큰 기금이 돼 국민연금 같이 전문성으로 운영하는 제도를 만들었다"며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규제위를 통과해 법제처 심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퇴직연금은 예금형 상품처럼 돼 있는데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정착되면 향후 국민연금이 빠져나올 때 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황 회장은 "신(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모험자본, 채권시장 활성화, KOTC PRO 활성화 등 여러 숙제가 많다"고 했다. 또 "증권사들이 고객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고객 이익을 가장 우선시하는 문화를 갖추면 대한민국에서 자본시장의 새 문화의 새 차원의 자본시장이 탄생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달에는 해외와 비교해 증권업계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담은 책도 내놓을 계획이다. 황 회장은 "외국 증권사들을 방문해 이들이 하는데 우리 증권사가 못 하는 일은 무엇이고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깊이 있게 조사해 두꺼운 책을 만들었다"며 "정부 당국에 증권사가 다음 단계로 오르는 데 필요한 조치들을 요청하고 건의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 회장은 퇴임을 앞둔 임종룡 금융위원장에 대해 "자본시장을 시장 친화적으로 개선·개혁하는 데 공이 많았고,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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