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주도 폐지 vs 폐지 반대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 폐지에 대해 진보와 보수 성향의 시ㆍ도교육감들의 입장차이가 뚜렷해지고 있다. 진보쪽은 교육부 주도로 폐지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우는 반면, 보수성향의 교육감들은 폐지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6일 가진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외고ㆍ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4차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혁신해야 할 교육과제"라며 "외고ㆍ자사고 설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들 학교가 일반고로 전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정부가 마련해 달라"고 밝혔다.
학교지위 지정 권한은 각 시도교육감에게 있지만, 교육부가 이들 학교의 설립 근거가 되는 법률 조항을 아예 삭제해 외고ㆍ자사고 폐지를 전국적으로 통일된 방향으로 풀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한 셈이다. 이 교육감은 "(외고ㆍ자사고를) 학교 측과 협의해 교과중점학교 등 특성화된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법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반면 같은 날 보수성향의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지역 특수성을 존중하고 교육 자치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외고ㆍ자사고ㆍ국제고 설립ㆍ폐지 권한을 시도교육청에 이양해 달라고 정부에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우 교육감은 "대구의 경우 자사고와 외고가 수성구 쏠림 현상을 완화해 지역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며 폐지에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구 뿐 아니라 울산과 경북 교육청 역시 외고ㆍ자사고 폐지가 교육감 고유권한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들 지역의 교육감들은 정부의 외고ㆍ자사고 폐지 방침 자체에 일제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외고ㆍ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주장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폐지에 찬성하지만 교육계 혼란을 우려해 일괄 폐지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상태다. 진보 성향의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역시 외고ㆍ자사고 폐지에는 찬성하면서도 지역 내 명문 자사고인 민족사관고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신임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사를 통해 외고ㆍ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에 대해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하고 의견 수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자리 또한 시도교육감들이 서로 다른 입장을 반복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내년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를 교육부에 떠넘길 것이냐, 아니면 교육 자치권을 주장할 것이냐를 놓고 교육감들의 셈법이 제각각"이라며 "외고ㆍ자사고 폐지는 나아가 고교 내신절대평가, 고교학점제, 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이 모두 맞물려 있는 문제인 만큼 학생들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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