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코드커팅 이끈 넷플릭스
국내선 저조…옥자로 반전 기회
옥자 인기·개봉관 논란 커질수록
넷플릭스의 플랫폼 홍보 극대화
넷플릭스가 600억원을 투자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옥자'의 초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이에 오버더톱(OTT)시장의 시장점유율 제고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국내에서도 '코드커팅(Cord-Cutting)' 바람이 불지 관심거리다.
코드커팅이란 시청자들이 케이블방송 가입을 '끊는(cutting)' 현상을 말한다. 현재 코드커팅이 가장 활발한 곳은 미국. 이 코드커팅을 이끄는 대표주자가 넷플릭스다. 미국의 전통적인 방송사들은 월정액 온라인 서비스인 넷플릭스에 시청자를 대거 빼앗겼다. 인터넷 마케팅 연구 기업 컴스코어(comScore)에 따르면 미국의 가정 중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가정은 약 75%로 조사됐다.
케이블방송이 TV라는 전통적 매체에 구속된 경향이 있는 반면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청이 가능하다. 데스크톱 컴퓨터, 스마트폰, 게임기, 스마트 TV, 노트북 컴퓨터 등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옥자는 물론 '하우스오브카드' '마르코폴로' 등을 독점 제작하는 등 막강한 콘텐츠 경쟁력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국내에서는 그동안 코드커팅 현상이 없던 것이 사실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넷플릭스코리아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한국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국내 가입자 규모는 13만명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가 자랑하는 글로벌 회원 수 1억명과 비교하면 초라한 숫자다.
이에 대해 곽동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한국은 워낙 낮은 유료방송 요금 때문에 미국과 달리 OTT 동영상 서비스가 '파괴적 혁신'만 갖고서는 상업적으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넷플릭스가 미국에서 성공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존 유료방송(월 30~50달러) 대비 가격 경쟁력이 월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월 7.99~12.09달러면 즐길 수 있다.
또 넷플릭스가 국내에 안착하지 못한 것은 콘텐츠 부족과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생소함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옥자의 돌풍은 바로 이런 부분을 해소할 전망이다. 옥자는 29일 온라인과 일부 극장에서 동시 개봉했다.
넷플릭스는 국내 한 종합편성채널과 파트너십을 맺고 콘텐츠 공급에 나서는 한편 옥자라는 킬러 콘텐츠를 통해 한국시장에서 막대한 홍보 효과를 내고 있다. 케이블방송업계 관계자는 "옥자가 상영관 논란을 빚을 때마다 콘텐츠를 공급하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자연스럽게 홍보된다. 넷플릭스가 세계시장에서야 유명했지만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했는데 옥자의 인기 효과로 인지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옥자는 개봉 첫날인 29일 2만3106명을 끌어모아 누적관객수 2만8186명을 기록했다. 좌석점유율 역시 42.5%로 굉장히 높은 편이다. 이날 옥자를 15회 상영한 서울극장의 오전 좌석 점유율은 80%에 이르렀다. 오후 5시 이후 5차례는 모두 매진됐다.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는 "옥자가 멀티플렉스를 포함한 모든 영화관에서 정상 개봉했을 경우 총 727만4558명의 관객을 모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