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인도네시아)=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여의도로 불리는 가토트 수바로토에 위치한 'PT뱅크KEB하나' 본점.
수십명의 현지인들이 대출 상담을 기다리면서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PT뱅크KEB하나는 현지 은행 최초로 모든 점포에 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이 스마트폰에 KEB하나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 '1Q Bank'(원큐뱅크)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계좌이체 등의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었다.
고객들이 창구 직원에게 계좌이체 등의 서비스를 의뢰하더라도 이곳에서는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고객이 창구 의자에 앉으면 직원이 카운터 위에 놓여 있는 모래시계를 뒤집는다. 입금, 인출, 계좌이체 등 5가지 거래를 5분 이내에 처리해 주겠다는 의미에서다.
만약 5분 이상이 걸린다면 은행에서 고객에게 일정 금액의 현금으로 보상을 해준다. PT뱅크KEB하나는 5분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훈련을 시켰다. 일부 부진한 직원은 5분 서비스를 모두 마스터 할때 까지 훈련을 반복시켰다. 그 결과 지금은 고객에게 단 한푼도 현금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
이화수 PT뱅크KEB하나 은행장의 경영철학은 이렇듯 남다르다. 철저히 고객 중심이다. 이 행장이 PT뱅크KEB하나의 캐치 프레이즈를 '베스트 커스터머 뱅크'로 정한 것을 봐도 그렇다.
이 행장은 "스마트 뱅킹과 고객 중심 서비스를 바탕으로 모든 고객들이 '언제(anytime), 어디서나(anywhere) 어떤 서비스(whatever service)'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가장 고객 친화적인 은행이 되는게 목표다"고 말했다.
이 행장이 현지 금융 시장 공략 카드로 모바일 뱅킹을 내세우는 것은 인도네시아가 핀테크 성장 잠재력이 높은 곳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 2억5000명 중 약 1억명이 은행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빠르게 늘고 있어 향후 다수가 스마트폰을 통해 모바일 금융을 이용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다수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은행 지점을 대신할 핀테크가 주목 받는 이유다.
이 행장은 "지점수가 현지 은행보다 적지만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강화해 보완하고 있다"며 "원큐뱅크를 통해 인도네시아 핀테크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PT뱅크KEB하나의 핀테크ㆍ현지화 전략 성공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PT뱅크KEB하나의 당기 순이익은 4645만 달러로 전년대비 43.1% 급증했다. 2014년 합병 당시 1987만 달러의 2배가 넘는다.
PT뱅크KEB하나는 옛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PT뱅크하나와 옛 외환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PT뱅크KEB인도네시아가 2014년 합병해 탄생했다. 옛 하나은행은 2007년 현지은행인 빈탕 마능갈은행을 인수해 이름을 PT뱅크하나로 바꿨고, 옛 외환은행은 1990년에 PT뱅크KEB인도네시아를 설립했다.
PT뱅크KEB하나의 성장은 총자산과 대출 증가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PT뱅크KEB하나의 총자산은 22억6044만 달러로 합병 당시 11억7405만 달러의 2배 정도 성장했다. 대출금액은 합병한 2014년 8억6460만 달러에서 지난해 16억9054만 달러로 급증했다.
PT뱅크KEB하나는 지난 4월부터 'BUKU3' 은행으로 인정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은 기본자본(Tier1) 규모에 따라 120여개 은행을 BUKU1~4로 분류하는데 BUKU4에 해당하는 은행이 가장 규모가 크고 우량하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 중 BUKU3 지위를 받은 은행은 PT뱅크KEB하나가 유일하다.
이 행장은 "BUKU3에 포함된 것은 현지에서 120여개 은행중 30위권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금융당국으로 부터 금리 규제 등 제재가 강해지긴 하지만 현지에서 우수 은행으로 인정받아 고객들로 부터 신뢰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오는 2020년 까지 고객수를 100만명으로 확대해 20위 은행으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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