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트럼프 반이민 행정명령 일부 효력 인정

26일(현지시간) 나렌다 모디 인도 총리와 기자회견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정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26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에서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바라던 대로 일부 효력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오는 10월부터 시작될 대법원 재판에서도 승소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미 연방대법원은 이날 이슬람권 6개국(이란ㆍ시리아ㆍ리비아ㆍ예멘ㆍ소말리아ㆍ수단) 출신 국민의 입국을 90일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정 행정명령 중 일부는 대법원 최종 결정이 나오기 이전에라도 발효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행정명령에서 지목된 6개 국가의 국민이 미국에 있는 개인 또는 단체와 '진실한 관계(bona fide relationship)'가 있음을 신빙성 있게 진술하지 못할 경우 90일간 입국 금지 조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모든 난민의 입국을 120일간 금지했던 수정 행정명령 조항의 발효도 일단 허용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결정은 반이민 행정명령을 두고 수세에 몰렸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한 반전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후 제1호 행정명령으로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인종 및 종교 차별 논란을 촉발했고 이후 일부 지방법원에서도 전면 효력 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국내외의 여론도 악화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일부 내용을 완화한 수정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우회 돌파에 나섰다. 입국 금지 대상 국가에서 이라크가 제외되고 제한 조치를 위한 전제 조건도 완화시킨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제4 항소법원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제9 항소법원 등이 효력 정지 판결을 내리자 반이민 행정명령이 좌초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는 즉각 대법원에 항소하며 마지막 반전을 노렸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대로 대법원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일부 조항의 효력을 인정하며 행정부에 첫 승리를 안긴 셈이다.

이번 판결은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이 합류하면서 대법원의 이념 성향이 5대 4의 '보수 우위'로 굳어진 영향으로 분석됐다. 보수 성향인 고서치 대법관을 비롯해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 등은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지지 의견을 밝혔다. 이에 따라 대법원의 최종 판결도 트럼프 정부의 수정된 반이민 행정명령의 적법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내려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최종 승리를 장담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성명을 통해 "나의 최우선 의무는 미국인을 안전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우리의 국가안보를 위한 확실한 승리"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나라를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로서 오늘의 판결을 내가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면서 "대법원의 결정이 9대 0 만장일치라서 특히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법관들의 찬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법원의 만장일치 결정임을 내세워 향후 최종 판결 과정에서 치열한 법리공방과 논란을 염두에 두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