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층감흡연' 피해 민원, 층간 소음 민원 1.5배
실내흡연 법으로 규제 움직임… 흡연자들 불만↑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서울 동작구에 사는 박모(59)씨는 최근 아랫집 이웃 김모(61)씨와 얼굴을 붉히며 말다툼을 했다. 화장실로 올라오는 담배 연기 때문이었다.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오는 담배 연기에 신경이 쓰이는데 화장실의 낡은 환풍기를 통해서도 담배 냄새가 흘러들어오자 참지 못한 것이다. 박 씨는 "혼자만 사는 곳이냐"라고 거세게 항의했지만 김 씨는 "단독주택에 살지 않으면 내 집, 내 화장실에서도 자유롭게 담배 한 대 못 피우는 거냐"고 맞받아쳤다.
여름철 창문을 열어놓는 가정이 많아짐에 따라 담배연기로 인한 이웃들 간의 다툼이 잦아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국민신문고,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제기된 민원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층간흡연' 피해 민원은 726건으로 층간소음 피해 민원 517건의 약 1.5배에 달했다.
또 서울의료원 환경건강연구실이 지난 2015년 8~9월 서울 시내 아파트,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26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흡연 가구의 74%가 간접흡연의 피해를 받았다. 매일 간접흡연을 경험하고 있다는 가구는 10가구 중 1가구 꼴(9.5%)이었다.
이 같은 피해는 더위 때문에 창문을 열어놓는 여름철에 집중된다. 국민권익위가 조사한 민원 신고 역시 7~9월에 집중됐다. 2014년 1분기의 경우 34건에 불과했던 민원이 3분기 들어서는 142건으로 4배로 치솟았다.
아파트 실내 흡연을 법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 등이 아파트 간접흡연을 규제하는 내용으로 지난 2월 발의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은 현재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에 따르면 공동주택 입주민은 간접 흡연 피해를 입었을 경우 관리자에게 흡연 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
흡연자들은 이에 대해 수긍하면서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분위기다. 회사원 최모(37)씨는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인정하지만 정부가 판매하는 기호상품인 담배 소비자들을 마치 혐오의 대상으로 몰아가며 옥죄는 분위기가 싫다"며 "흡연자들이 흡연할 수 있는 여건도 일부 조성해줘야 하지 않는가"라고 털어놨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3년 약 9만7000곳이던 실내외 금연구역 지정 장소가 지난해에는 24만4000여곳으로 2.5배 늘어났다. 서울 시내의 거리에 설치된 흡연 시설은 43곳에 불과하다. 흡연자 김모씨(31)는 "길에서는 피울 장소도 마땅치 않고 사람들의 시선도 곱지 않으니 그나마 집에서 피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국민권익위 조사에 집계 되지 않는 아파트 관리소 민원 등을 포함하면 간접 흡연에 대한 피해는 더욱 클 것"이라며 "다만 흡연자들의 권리도 있는 만큼, 제도 개선에 앞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