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자치구서 年 500여건 민원 발생
환풍기 통해 담배냄새 등 들어와…관리실에 항의해도 해결책 없어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1. 서울 성동구 행당동 대림 아파트에 사는 김유환씨(30)는 최근 이웃과 '냄새' 문제로 크게 다퉜다. 옆집 창문과 환기구 등에서 새어나온 담배 연기와 쓰레기 악취가 자신의 집으로 밀려들어와 실내에 불쾌한 냄새가 배자 이를 호소했다가 싸움으로 번지고 만 것. 관리실에 항의해도 소용이 없었던 김씨는 민사소송까지 해 보려 했으나 이를 규제할 마땅한 법적 조항이 없다는 말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 서울 신림동 원룸촌에 거주하는 최지연씨(28ㆍ여)는 화장실 문을 열 때마다 스트레스다. 아랫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의 분뇨와 옆집 담배 냄새가 섞여 악취를 풍기기 때문이다. 최씨는 이웃에 조심해 줄 것을 부탁했지만 "내 집인데 무슨 상관이냐"는 반발만 샀다. 최씨는 전세계약 만료일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이웃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웃간에 냄새로 인한 분쟁도 늘고 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25개 자치구에서 악취로 인해 발생하는 민원 건수는 연간 500여건에 달한다.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구청을 통해 민원을 접수하기보다 아파트 관리실이나 건물 주인에게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민원 건수는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역삼동 A아파트 관리인은 "겨울철엔 소음, 여름철엔 악취 때문에 특히 많은 민원이 들어온다"며 "조심해 달라고 부탁하면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구 동국대 인근 원룸 주인 역시 "환풍기를 통해 냄새가 넘어온다고 불평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경고문을 써 붙여 놓기도 하는데 가끔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냄새로 인한 분쟁이 늘고 있지만 소음과는 달리 법적 규제 조항이 없을 뿐더러 건축시공 등 기술적 측면에서도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아파트ㆍ빌라ㆍ원룸 등의 공동주택은 흡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아무리 피해를 입어도 소송을 통해 보상을 이끌어내기도 어렵다.
전 국민의 62.5%가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만큼 이웃간에 악취로 인한 갈등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이 '층간 흡연' 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중이다.
전문가들은 환기설비나 배기구의 기술적 설계를 통해 이를 조금이나마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관계 당국은 아직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웃간 악취를 예방하기 위한 환기 및 배기시설 설치규정은 따로 없지만 이 문제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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