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살인범들은 집안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하는 경향이 있다.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하면 사체의 부패를 막고 악취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신의 몸집이 작아 좁은 공간에 장기 보관이 용이하다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지난 십 수 년간 냉장고에 아이의 시신을 보관해오다 발각됐던 범죄 사례들을 보면 "영원한 비밀은 결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8일 부산 남부경찰서가 발표한 냉장고 영아 사체 유기 사건은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한 여성이 두 명의 어린 자녀를 방치, 살해하고 사체를 냉장고 냉동실에 유기했기 때문이다.
30대 여성 김 모 씨(34)는 지난해 1월 혼자 살던 부산 남구 대연동의 원룸에서 여아를 출산한 뒤 검은 봉지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했다. 그녀는 2014년에도 산부인과에서 낳은 첫 번째 아기를 집에 데리고 왔다가 이틀 동안 방치해 살해하고 역시 냉동실에 시신을 감춰뒀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두 영아의 시신을 자신의 원룸 냉장고에 보관하다 지난해 4월 동거남의 아파트로 이사하며 시신을 종이박스에 담아 옮겼다. 김 씨의 동거남과 그의 70대 노모는 동거남의 여동생이 반찬거리를 찾다 냉동실에서 시신을 발견하기 전까지 이런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비슷한 사례가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 지난 2006년에는 서울 서래마을의 한 고급빌라에 살던 프랑스인 장 루이 쿠르조가 자신의 집 냉장고에서 신원불명의 영아 시신 2구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 유명한 '서래마을 영아살해사건'이다. 경찰 조사에서 남편 쿠르조와 그의 아내 베로니크 쿠르조는 자신들이 냉장고 속 아기들의 부모라는 것을 강력히 부인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DNA 분석을 통해 결국 자신들이 아기들의 부모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2012년 부천 초등생 토막살인 사건의 범인인 아버지 최 모 씨(35), 어머니 한 모 씨(33)는 7살배기 아들을 폭행하고 기아, 탈진 상태에서 방치해 숨지게 했다. 당시 아들 시신을 냉장고에 보관한 뒤 치킨을 시켜먹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전 국민을 공분케 했다. 이들은 시신을 훼손하기 위해 믹서기를 새로 사고 악취를 감추기 위해 집에서 청국장을 수차례 끓였다.
냉동실을 시신 보관의 장소가 아닌 살해를 위한 도구로 쓴 이도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자신의 아이를 냉장고 냉동실에 넣어 살해한 10대 여성에게 징역 5년형이 확정됐다. 박모씨(19)는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가진 아이를 출산해 키우다가 양육이 만만치 않자 생후 한 달이 안 된 아이를 냉동실에 넣고 밖에서 20분간 술을 마시고 귀가했다. 아이가 죽지 않았음을 확인하자 이들은 다시 아이의 목을 졸라 냉동실에 넣고선 5시간여가 지나 집에 들어왔다. 아이의 몸은 이미 차게 식은 상태였다.
이처럼 범인들은 집에 누가 침입하지 않는 이상 냉장고 속의 시신을 들키지 않을거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냉장고 시신의 최초발견자는 대부분이 범인의 가족이나 지인이었다. 언젠가는 냉장고 속을 들여다보는 타인이 생긴다는 의미다. 부산 영아 살인사건의 경우 범인의 동거남 여동생이었고, 서래마을 영아 살해사건은 아내의 범죄를 알지 못했던 남편의 신고로 세상에 알려졌다. 부천 초등생의 경우 장기 결석 아동에 대한 실태 조사 중에 부모의 시신 은닉 사실이 발각됐다. 대부분 범죄 후 3~4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알려졌다. 장기 실종 아동이나 미제사건에 대한 끈질긴 추적이 필요한 이유다.
아시아경제 티잼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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