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7억원 당기순손실 내며 적자전환
지난해 말 초대형 복합쇼핑몰 대구 신세계 오픈
롯데, 현대百도 리뉴얼하며 대응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대기업 계열 유통업체들의 공세에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향토 백화점, 대구백화점이 위기를 맞았다. 온라인 유통채널의 약진과 긴 불황으로 대형 유통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이 매출은 쪼그라들고 적자까지 커진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대구 중구 동성로에 본점을 둔 대구백화점은 2016회계연도(2016년4월~2017년3월)에 5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74억원의 이익을 냈다. 이 기간 영업손실도 11억원에서 86억원으로 680% 급증했다. 반면 매출은 1497억원에서 1302억원으로 13% 감소했다.
대구백화점은 1969년 말 설립된 대구지역 백화점으로 동성로 본점과 대봉동 프라자점을 운영하고 있다. 1944년 창업주가 설립한 대구상회가 모체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경제력을 갖춘 대구의 경제성장에 기대어 1970~1980년대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대구는 인구 248만명(2016년 기준)으로 서울, 부산, 경북에 이어 4위권의 대도시다. 가구당 순자산(2015년 3월 기준)은 3억원으로 전국 평균(2억8000만원)을 웃돌며 서울, 울산, 경기도권 다음으로 4위를 기록 중이다. 월평균 가구소득 비중 역시 22.2%로 부산(21.2%)보다 높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 '빅3'가 앞다퉈 진출하며 초접전 상권을 만든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대구백화점은 경쟁업체의 등장에 동력을 잃은 상태. 특히 지난해 말 신세계가 지역 최대 규모의 복합 쇼핑ㆍ문화시설 '대구 신세계'를 오픈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대구 신세계는 백화점에 아쿠아리움, 테마파크, 영화관, 서점까지 갖춘 초대형 복합몰이다. 신세계 내부적으로도 지난해 강남점 증축, 부산 센텀시티몰 증축 등과 함께 '6대 프로젝트'로 꼽으며 공을 들였고, 단일점포 기준 최대치인 8800억원을 투자해 눈길을 끌었다. 결과적으로 오픈 100일 만에 1000만명을 유치하며 모객에 성공을 거뒀다.
대구 신세계의 등장 소식에 기존 업체들도 전열을 가다듬어왔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지난해 면적 확대와 브랜드 강화, 식품관ㆍ문화시설 확충 등 리뉴얼을 진행했고, 현대백화점 역시 5월 대구점의 식품관을 전면 재단장했다.
대규모 자본의 공세에 대구백화점은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지난 4월에는 대백아울렛 동대구점을 오픈하며 아웃렛시장에 진출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대규모 투자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3월에는 대구 노원동에 위치한 물류센터를 매각하는 방안을 결정, 위기설이 확산하기도 했다. 대구백화점 측은 "경쟁사가 지속적으로 신규 출점해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되고 있지만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만족경영을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업은 입지, 편의시설, 구매협상력, 브랜드 인지도 등이 핵심 역량"이라면서 "결국 대부분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지역 업체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