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만들기는 아주 간단하다. 원숭이도 포도를 따서 바위구멍이나 나무 둥치에 저장해 술을 만든다. 포도를 으깨어 그대로 두면 포도껍질에 묻어있는 효모(이스트)에 의해서 발효가 일어나 와인이 된다. 옛날 사람들도 이렇게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을 것이고, 이 기본적인 방법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오늘날 우리는 그 원리를 알고 한다는 게 차이다.
좋은 와인을 만들려면 좋은 포도가 있어야 한다. 와인의 품질은 원료인 포도가 좌우한다. 그래서 기후와 토양조건이 좋은 곳에서 좋은 품종을 선택해 정성스럽게 포도를 가꾸는 것이다. 이 포도를 수확해 와인을 만드는데, 먼저 수확한 포도의 가지를 제거하면서 으깨야 한다. 옛날에는 손으로 하나씩 했지만 요즘에는 기계를 사용한다. 이때 주의할 것은 포도씨가 깨지거나 껍질이 여러 조각나면 쓴맛과 풋내가 나므로 부드럽게 으깨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맨발로 밟아서 으깨는 것이 전통인데, 그 이유는 껍질이나 씨에 전혀 상처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화이트 와인은 청포도로 만든다. 청포도를 으깨 즙을 짜서 이 즙을 발효시키면 화이트 와인이 된다. 이때 발효 온도는 20도 정도로 낮춰야 고급품을 얻는데, 온도가 높으면 향이 손실되고 오염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레드와인은 붉은 포도를 따서 으깬 상태 그대로 발효시킨다. 그러면 발효가 진행되면서 씨에서 떫고 쓴맛이 나오고 껍질에서 색소가 우러나온다. 그리고 원하는 색깔이 됐을 때 즙을 짠다. 이때는 이미 발효가 진행돼 알코올이 꽤 있는 미완성 상태의 술이므로 다시 발효를 더 시켜야 레드와인이 된다. 이 레드와인은 화이트와인보다는 약간 더 높은 온도에서 발효를 시켜야 색소가 잘 우러나온다.
발효란 당분이 변해서 알코올과 탄산가스가 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처음 과즙 상태는 단맛이 있다가 발효가 진행될수록 단맛은 없어지고 알코올 농도가 강해진다. 이렇게 발효가 끝나고 그대로 두면 찌꺼기가 바닥에 가라앉아 맑게 된다. 그런 다음 위쪽의 맑은 액만 따로 분리해 여과한 다음 숙성에 들어간다. 발효가 갓 끝난 와인은 이스트 냄새나 탄산가스 등이 섞여 있어 냄새가 좋지 않고 맛이 거칠어 바로 마실 수 없다. 그래서 몇 개월에서 몇 년의 숙성기간을 두면서 여러 가지 변화를 서서히 유도해 바람직한 맛과 향을 얻는다.
이 숙성 중에 새로 생긴 알코올을 비롯한 여러 가지 성분이 어우러져 새로운 맛을 내고, 맛도 거친 맛에서 부드러운 맛으로 변하게 된다. 또 오크통에 넣어 두면 오크통 성분이 우러나와 그 맛이 배게 된다. 이 오크통은 와인을 맑게 하고 새로운 향을 부여하면서 서서히 산화시켜 와인의 맛을 개선한다. 값싼 와인은 오크통 근처에도 안 가지만, 고급 와인은 특유의 묵직함을 나타내기 위해 오크통 숙성은 필수적이다. 이렇게 숙성된 와인은 만드는 사람이 가장 맛있을 때라고 판단될 때 병에다 넣는다. 그러니까 숙성은 오크통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병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주 고급의 묵직한 와인은 병에서 숙성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 와인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은 성경에서 나온 것으로 비유로 많이 사용되지만,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실제 성경에는 새 술이 아니고 새 포도주라고 돼 있다. 즉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느니라'고 쓰여 있다. 옛날에는 발효가 다 됐는지 판단하는 측정기술이 발달되지 않아 감각으로 이를 판단했는데, 이때 발효가 덜 된 채로 가죽부대에 담으면 거기서 다시 발효가 일어나 탄산가스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새 가죽부대는 신축성이 좋아 이 가스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지만, 딱딱한 헌 가죽부대는 가스가 나오면 터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던 것이다.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이제는 와인의 제조에 대해 이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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