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도 출생증명서에 '제3의 성' 표기 법안 추진
미국 오레곤주 정부는 오는 7월부터 공식적으로 발급되는 운전면허증에 '제3의 성(性)'을 나타내는 'X'를 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최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타임지 등 현지 언론들은 기존 운전면허증 속 남성(M) 또는 여성(F)으로만 표기됐던 성별란에 제3의 성을 의미하는 'X'가 추가되었다는 오레곤주 정부의 발표를 보도했다.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오레곤주 법원에서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이 법적으로 인정받은 이후, 정부 기관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표기하기로 한 것이다.
올 봄 공식 신분증에 제3의 성을 표기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오레곤주 시민 공청회에서는 찬성 입장이 반대 입장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제3의 성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특히 성정체성 때문에 주변부로 밀려나거나 또는 차별 당했던 사람들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회적으로 보통 수용되는 남성 또는 여성으로 보이지 않는 외모를 가진 사람들에게 안전성을 보장해준다는 주장도 있었다.
오레곤주에서 말하는 이 '제3의 성'에는 유전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특징을 모두 타고나거나 모두 타고나지 않은 간성(intersex)과 함께, 스스로의 성정체성이 기존의 남성 또는 여성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다고 여기는 트랜스젠더 커뮤니티가 모두 포함된다.
보통 유전적 간성은 2000명 중 한 명 꼴로 태어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편 트랜스젠더 인구는 미국 전체 인구의 약 0.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보통 자신을 (전환된) 남성 또는 여성이라고 여기지만, 그러한 성별 구분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불분명하다.
성별 'X'와 같은 제3의 성 표기법은 변화하는 시대정신의 상징으로 보인다. 올 초 타임지가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글라드의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 가량의 밀레니엄 세대(80년대 이후 출생자들)들은 스스로가 이분법적 성별 구분에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베이비부머 세대 중에서는 7%만이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운전면허증에 성별 'X'를 표기하는 절차는 매우 간단하다고 전해졌다. 의사 소견서와 같은 서류도 필요없다. 단지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셀프증명'이 필요할 뿐이다. 운전면허를 관리하는 주 차량국에 방문해 일반 운전면허증을 발급받는 절차대로 재발급 받으면 된다.
한편 타임지는 오레곤주 외에도 캘리포니아주 상원에서도 이와 비슷한 법안이 발의돼 현재 주 의회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출생증명서와 같은 정부 공식기록에 제3의 성을 기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시아경제 티잼 박혜연 기자 hypark1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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