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국토부·한은과 가계부채 원인·정책효과 등 '불협화음'
LTV·DTI 완화 일몰 두고 '심기 불편'…금융위 태생적 한계 언급도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금융위원회가 가계부채를 둘러싸고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등 유관기관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가계빚의 원인과 정책효과, 해결안 등을 두고 각종 진단이 쏟아져 나왔는데, 대부분이 주관부처인 금융위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어서다. 새로 임명될 금융위원장이 136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 대책 결정의 키(Key)를 쥘 전망이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오는 7월 일물을 앞둔 주택대출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금융위에 쏠렸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는 임명 직후 "LTVㆍDTI 규제를 푼 게 지금의 가계부채 문제를 낳은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이달 들어서는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이른 시일 내에 (LTVㆍDTI)행정지도 방향을 결정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금융위원장과 함께 LTVㆍDTI 관련 행정지도를 협의하는 금감원장의 발언을 두곤 사실상 규제 강화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금융위는 아직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심 불편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간 지속적으로 LTVㆍDTI와 가계부채와의 연관성을 부인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LTV와 DTI를 강화해야 한다고 하자 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직접 나서 "LTVㆍDTI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세에 미친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다"고 정면 반박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도 금융위 국회 업무보고에서 연초 LTVㆍDTI 규제 완화안을 올해도 연장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수장 자리가 비어있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금융위가 주도하는 LTVㆍDTI규제와 가계부채의 연관성이 언급되는 것 자체가 당연히 불편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금융위는 1360조원에 이른 가계부채 규모를 두고선 한은과도 해석이 엇갈린다. 금융위는 대출금리 상승과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증가세가 안정됐다고 평가했지만, 한은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말 "현재로썬 가계부채가 꺾였다고 확언하기에는 이르지 않나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갈등은 거의 1년 째 이어지고 있다. 작년 5월 은행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전국적으로 확대한 금융위는 바로 석 달 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꺾이고 질적 구조도 개선됐다"고 해석했지만, 이주열 총재는 "성과를 내지 못 하고 있다.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이처럼 금융위가 국토부, 한은 등 가계부채 문제를 두고 협력해야 할 기관들과 시각차를 빚는 것을 두고 태생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위가 과거 재정경제부에서 떨어져 나와 금융감독위원회를 흡수해 탄생한 만큼 경기부양과 금융건전성 확보라는 두 목표를 모두 추구하는데, 때에 따라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부양을 위해 완화해왔던 대책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면 이는 자기부정이 될 수도 있는데다 금융위로선 시장의 위축 우려도 저버릴 수 없을 것"이라며 "조직의 태생적 특성상 엑셀(경기부양)과 브레이크(금융건전성)를 동시에 밟아야 할 때 아무래도 엑셀을 밟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