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시종일관 반대 공수처 신설엔 한발 물러나
수사독점·영장청구권 사수 위한 빅딜
특수활동비는 절반 이하 축소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대검찰청은 정권이 바뀌기 전부터 기획조정부를 중심으로 자체 개혁안을 만들고, 해외사례를 연구해왔다. 검찰 내부에서도 정치적 중립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공감해왔다.
하지만 애초에 검찰이 마련한 개혁안은 현 정부나 국민들이 생각하는 검찰개혁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윤웅걸 대검 기조부장은 지난 대선국면에서 대선주자들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내걸자 "공수처 신설은 검찰제도 개혁의 본질이 아니다"라면서 "공수처도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권력기관을 하나 더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수처와 비슷한 싱가포르 탐오조사국이나 홍콩의 염정공서, 대만의 염정서 등과 같은 해외 부패수사기구 사례를 들어 기관 간 알력이나 권력남용과 같은 한계와 부작용이 크다는 게 검찰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이러한 검찰이 공수처 신설을 받아들이기로 입장을 선회하는 배경에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기용 등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의지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검사 출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봐주기 의혹'이나 법무부ㆍ서울중앙지검 고위간부가 술자리에서 돈을 건넨 '돈 봉투 만찬 사건' 등이 불거지면서 공수처 신설 반대 명분도 잃었다. 무소불위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바라는 국민 여론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른 한편으로 공수처 신설은 검찰청법 개정, 공수처 설치법 등 새 법률 제정이 필요해 야당 등 정치권의 논란과 공방이 커질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정권교체 이전인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 계류돼 있는 공수처법 통과를 추진했으나 당시 여당인 자유한국당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국회선진화법은 물론 법무부의 보수적인 태도 또한 걸림돌로 작용했다.
현실적 제약 등을 생각하면 검찰로서는 공을 정치권으로 넘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검 관계자는 "공수처 신설은 검찰이 받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또 검찰이 사활을 걸고 있는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공수처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게 검찰 내부의 분위기다.
대검은 돈 봉투 만찬 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난 특수활동비를 절반 이하로 축소하는 내용도 보고할 계획이다. 돈 봉투 만찬 사건은 '우병우 의혹' 관련 수사 대상자인 안태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과의 부적절한 술자리 논란과 함께 특수활동비 유용 의혹을 낳았다.
혈세를 '눈먼 돈'으로 유용한 관행은 국민적 공분과 전반적인 실태 점검 필요성을 촉발했다. 검찰 내에서 특수활동비는 특수부와 금융조세조사부, 첨단범죄수사부, 강력부 등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가 그 취지에 맞게 사용되도록 운용체계를 엄밀하게 관리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봉 차장검사는 검찰개혁안과 관련해서도 "국정기획위에 충실하게 자료를 제출하고, 진정성 있게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봉 차장검사가 자료를 만들어 보고하라고 지시한 내용은 ▲국민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검찰의 모습 ▲검찰의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역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 독립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 정비 ▲경제범죄, 부패범죄, 조직범죄, 초국가범죄 등 수사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분야의 세계 주요 국가 대응 사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검찰의 변화상 등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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