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박근혜 정권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성과연봉제'가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새 정부의 인수위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공식적으로 폐지 검토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단 성과연봉제를 대신해 도입될 가능성이 큰 직무급제 역시 기존 호봉제에서 탈피한 것이어서 노조의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23일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기자 브리핑을 통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를 사회분과위원회에서 깊이 있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성과연봉제는 호봉이 올라가면 임금이 자동적으로 올라가는 공무원 보수 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박 정부는 지난해 1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통해 간부들에게만 적용되던 성과급제를 최하위 직급을 제외한 전체 직원에게 확대하는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연공서열이 아니라 업무 성과에 따라 보상을 해 주겠다는 게 요지다. 박 정부는 성과연봉제를 공공개혁 핵심 과제로 삼아 공기업과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서둘렀다. 금융당국은 성과에 따라 연봉이 최대 수천만원 격차가 나도록 하겠다는 방안을 밝혔다.
노조의 반대가 뒤따랐다. 철도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맞서 역대 최장기간의 파업을 실시했고, 일부 공공기관들은 노조의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가 소송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정부는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 조기 도입하는 기관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미이행 기관에는 페널티를 도입하는 등 초기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며 성과연봉제를 밀어부쳤다. 그러다 하반기 중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고, 대통령까지 탄핵되며 정책 동력은 약화됐다.
성과연봉제 폐지를 공약에 포함시킨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성과연봉제는 사실상 물 건너간 정책이 됐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에서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최근 법원도 "노조의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성과연봉제는 도입된 지 1년 반만에 사라지게 됐지만, 연공서열식 호봉제로의 복귀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기관별 특성을 고려한 직무급제 도입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관련 부처가 국책연구기관을 통해 직무급제 도입과 관련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공공기관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검토해 보겠다"는 방침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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