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문재인 정부의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가 17일 시장질서를 재확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벌개혁 뜻 내비쳐 = 이날 춘추관에서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김 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의 공정한 시장질서를 재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시장 경제질서가 공정하지 못해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며, 향후 모든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가 시장질서 재확립을 가장 먼저 언급한 데서 향후 강력한 재벌개혁에 나설 것이라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지난 10여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자산 격차는 확대됐고, 이른바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 집단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커지고 있다.
지난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내세웠지만, 적극적으로 대기업들의 경제력 집중에 대한 견제에 나서지는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갑의 불공정행위와 재벌 불법경영승계 근절 등을 내세워 이전 정부보다 더욱 강력한 개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김 내정자 역시 문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 중 한 명으로서 경제공약 마련에 힘을 보탰다.
'재벌 저격수'로 잘 알려진 그는 1962년 경북 구미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며 일관되게 재벌개혁 목소리를 내 왔다.
특히 재벌 중에서도 삼성의 경영승계 문제에 맞서 소액주주운동을 주도했으며,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해 삼성 특혜 의혹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받기도 했다.
◆기대와 불안 엇갈리는 공정위 = 공정위는 '재벌개혁 전도사'인 김 내정자가 위원장으로 오는 것을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기업 친화적이었던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약화됐던 공정위의 위상이 이번 정권에서 크게 회복되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A공정위 국장은 "재벌개혁에 대해 잘 알고, 다양한 시민사회 활동을 거친 인사가 오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중수부'이자 '재벌 저승사자'로도 불리는 조사국도 부활할 전망이다. 김 내정자는 캠프 시절 "과거 조사국 수준으로 조직을 키워 조사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사국 부활은 그의 공정위원장 내정과 맞물려 공정위의 '경제 검찰' 면모를 한층 강화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단 일자리 창출을 전면에 내건 문 정부가 강력한 재벌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정위의 대표 권한인 전속고발권도 다시 폐지 기로에 놓였다. 이날 김 내정자는 춘추관에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공약의 실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에 대해 검찰에 고발할 권리를 공정위가 독점하는 것으로, 문 캠프가 경제민주화 주요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공정위 내에서는 김 내정자가 여러 차례 전속고발권의 완전한 폐지보다는 합리적인 보완 등을 언급해왔다는 점을 들며 폐지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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