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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야기]'프레스' 유래는 수도원의 포도 압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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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수도원의 와인 양조라고 할 수 있다. 중세시대 시들어가는 와인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킨 수도원은 과학과 신학, 농업까지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는 데 큰 공을 세웠다고 볼 수 있다.

대개의 수도원은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몇 개의 건물이 있고, 별도로 교회, 식당, 외빈용 숙사, 정원이 설치돼 있다. 그리고 수도승들은 청빈, 정결, 복종의 덕목 외에 노동을 중요시하면서 농작물이나 가공품 등을 직접 생산하고, 주변에서 토지나 물품을 기증받아 자급자족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수도승들은 수도원에서 사용하는 물품을 조달해야 했고, 성찬식에 꼭 필요한 와인은 특별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당시 유럽에는 황무지가 많았고, 수도원은 세금이 면제됐기 때문에 이들이 만든 와인은 교회의식에 필요한 수요를 충당하고, 판매수입원으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관리방법을 도입해 근대 와인제조의 기초를 확립했다.


수도승은 포교보다는 자신의 도를 닦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기도하고 성경을 읽지만, 하루 종일 각자 맡은 일에 충실하게 종사하는 사람이다.

와인을 만드는 수도승이 있는가 하면, 치즈를 만드는 수도승도 있으며, 구두를 만드는 수도승도 있다. 이렇게 전문적인 일을 하면서 자기 일을 연구하고 기록해 후배 수도승에게 물려주는 자세로 일을 한 덕분에 그 일은 세월을 거듭하면서 발전할 수밖에 없다. 당시 수도승은 현대로 보면 두뇌집단으로 수도원은 '국립연구소'라고 할 수 있다. 국민 대다수가 글을 모르던 시절에 글을 읽고 쓸 수 있었던 사람이다. 게다가 부양할 가족도 없이 수도원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으니 모든 정보를 흡수해 천문학, 의학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당시에 글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정보력 차이는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수도승들이 가장 공들여 한 일은 성경을 옮겨 적는 일이었다. 인쇄술이 없던 시절에는 성경을 글로 써서 그 내용을 전파할 수밖에 없었다. 이 수고를 덜어준 사람이 금속활자를 만든 '요하네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ㆍ1397~1468)'다.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지난 천년간 최고의 인물로 선발된 구텐베르크는 주형으로 제작한 금속활자를 나무틀에 하나씩 심어서 조판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한 글자만 잘못돼도 판 전체를 갈아야 했던 기존의 목판인쇄와 달리 자유롭게 배치가 가능한 금속활자는 매우 신속하고 경제적인 방법이었다. 이렇게 만든 활판을 인쇄기에 놓고 압착해서 종이에 찍어냈다.


오늘날 '인쇄기'를 가리키는 '프레스(Press)'라는 단어는 와인을 만들 때 포도를 으깨어 즙을 짜는 '포도 압착기(Press)'나 올리브유 압착기와 동일한 원리로, 지렛대를 이용해 활자에 잉크를 묻혀 종이에 압착한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생긴 신문이나 잡지, 기자 그리고 언론계를 '프레스(The Press)'라고 부르게 된다. 이렇게 보면 프레스라는 단어는 와인에서 나온 말이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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