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4월 외환 보유액 3조295억달러…전월比 204억弗 증가
2014년 6월 이후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증가세
자산가치 변동·자본 통제 강화·위안화 환율 안정 효과
하반기 경제 성장 지표+미국 금리 인상 '변수'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의 '외환 곳간'이 다시 차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해외 자본 유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분위기 속에 달러 강세 랠리가 멈추면서 위안화 환율도 안정을 찾은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을 비롯한 각종 지표가 호조세를 이어가는지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외환 보유고 증감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4월 외환 보유액이 3조295억달러(약 3440조원)로, 전월 대비 0.7%(204억달러) 증가했다고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3조200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로써 중국의 외환 보유액은 올해 들어 2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2014년 6월 이후 처음이다.
톰 올릭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아시아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4월 외환 보유액 증가는 (외환 보유고를 구성하는) 자산 가치의 변동과 자본 통제 강화, 위안화 환율 안정이 조화를 이룬 결과"라며 "중국에서 자본 유출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없었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1월 외환 보유고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3조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9%를 기록하고 달러 기준 수출이 8.2% 증가하는 등 경제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점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프레데릭 쿤제 북독일연방은행(NordLB) 중국 담당 선임 연구원은 "무역 등 중국의 경제 지표가 개선되면서 자본 유출 우려를 약화시켰다"면서 "(달러 약세 영향으로) 위안화 절하 압력이 줄어든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달러 대비 역내 위안화 가치는 0.2% 떨어져 3개월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다만 월간 절하 폭이 0.22%를 넘지 않았고 올 들어 전체로는 달러에 대해 0.6% 절상됐다.
류젠 교통은행 애널리스트도 "달러 약세와 중국 경제 안정세가 위안화 추가 약세와 자본 유출 우려를 동시에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추산하는 달러 인덱스(달러지수)는 4월 말 99.05까지 떨어졌다. 이는 "달러가 너무 강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달러 약세 유도 발언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후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달러 대비 유로·파운드·엔·위안화 등 다른 외화 가치는 뛰면서 달러 환산 외환 보유액이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달 주요국 채권 가격이 상승한 것도 중국의 외환 보유액을 늘리는 데 한몫했다. 옌링 중국 차오상증권 애널리스트는 "4월 중국 외환 보유고 증가분에서 미국 국채 기여도는 184억달러에 달했다"고 추산했다.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당분간 현재의 안정적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세기 회담' 후 양국 간 환율 전쟁 가능성이 낮아지는 등 정치적인 배경도 우호적이다.
그러나 내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이는 위안화 약세와 자본 유출 압력을 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류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도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변수 속에 자본 유출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면서 "다만 기본적으로 통제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웨이펑 궈타이쥔안증권 애널리스트는 "인민은행이 연내 은행 간 금리를 25~30bp 올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광범위한 부동산 규제 조치와 함께 중국 경제 성장 속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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