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신한생명의 재무건전성을 지적, 관련 업계가 신한생명의 자금확충 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회장은 최근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에게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재무건전성 척도인 지급여력비율(RBC) 수성이 어려운 만큼 RBC 방어에 신경써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이 문제점으로 지목한 신한생명 RBC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사장이 RBC 하락을 막기 위해 올해 새롭게 '리턴 온 RBC(Return on RBC)'란 관리지표를 도입했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실제 신한생명의 지난 3월말 RBC는 178.3%로, 지난해 12월 179.2%와 비교할 때 0.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6월(2분기) 205%, 9월(3분기) 203.5% 등 4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저금리가 계속되고 자회사 리스크까지 반영한 RBC를 산출하는 등 건전성이 강화되면서 지난해 4분기부터 200% 수성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금융당국의 보험사 RBC 기준이 강화되면 신한생명의 RBC는 권고기준인 150% 수성 조차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금리 상승으로 RBC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계정 비중이 균형적으로 배분돼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며 "아직까지 자본확충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신한생명이 다음달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기준서가 공개될 경우 RBC를 높이기 위한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해야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이 콕집어 신한생명의 재무건전성을 지적한 것은 신한생명의 성장잠재력과 결을 같이 한다. 신한생명은 수년째 생보업계 6위권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은행ㆍ카드의 1위 수성 뿐만 아니라 보험, 금융투자 등 모든 금융업권을 선도하는 리딩그룹을 만들겠다는 게 조 회장의 복안이지만 신한생명의 현 상황으로는 선두권으로 올라가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생보사 상위권 업체들도 유상증자,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 모든 옵션을 올려놓고 자본확충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신한생명만 넋을 놓고 있을 순 없을 것"이라며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보험부채의 평가가 원가 기준에서 시가 기준으로 변경되고, 수익과 비용 인식시점이 바뀌는 등 더욱 강화된다"고 우려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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