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공간 침해받지 않을 권리 중시… 카페·식당서 노키즈존 찾는 사람 늘어
노키즈존 확대 '찬성' 54.7%… 반대는 36.2%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올해 서울 마포구로 이사한 직장인 권모(28)씨는 동네 근처에 단골로 삼을 만한 까페를 찾아다녔다. 내부 디자인, 커피 맛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지만 그 중 필수는 아이동행금지, 일명 '노키즈존(No Kids Zone)'인지 여부다. 권씨는 "과거엔 아이들을 곧잘 예뻐했지만 이제는 카페 등에서 소란 피우는 아이들에게 질렸다"며 "아이들이 없는 공간을 주로 찾아다닌다"고 했다. 몇 차례 허탕을 쳤던 권씨는 'No kids but Pet only(아이출입금지, 애완동물은 가능)'라는 팻말이 있는 카페를 발견하고 안심했다.
'아이'없는 노키즈존 카페, 식당 등을 찾는 '어른'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아이들에게 외부에서 지켜야할 예절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며 아이의 부모를 비판하고 마는 분위기였다면, 이제는 개인의 시간과 공간이 침해 받지 않을 권리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해외에서도 노키즈존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노키즈존 정보를 알려주는 여행사이트나 항공사도 등장했다. 독일의 여행정보 사이트 '노키즈트래블'은 아이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여행 정보를 제공한다. 노키즈존 식당 목록을 제공하는 여행전문 블로그도 여러 곳 운영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씨는 "아이들때문에 한껏 꾸며놓은 카페 고유의 분위기도 소란스럽게 변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도 이것이 문제라는 인식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차라리 아이들을 받지 않는 게 영업하는 입장에선 속편하기도 하고 매출 측면에서도 지장이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이 인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식당 출입 등을 제한하는 것은 인종차별 등과 같은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에서도 어린아이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인종이나 종교 등에 따른 차별을 엄격히 금지하는 민권법(Civil Rights Act)에 위배된다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도균 경기도연구원 공존사회연구실 연구위원은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도록 공공장소 이용에 관한 캠페인과 인성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육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육아 인프라를 확충하고 육아 네트워크를 다변화하는 등의 정책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513명을 대상으로 노키즈존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결과, 노키즈존을 확대하자는 의견이 54.7%로 절반을 웃돌았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36.2%에 불과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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