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기어 아이콘X' 와 애플 '에어팟'
에어팟은 공급이 달려…중고제품이 더 비싸
기어 아이콘X는 출고가의 1/3서 거래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삼성전자와 애플, 스마트폰 업계의 영원한 라이벌인 두 업체가 지난해 하반기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도 맞붙었다. 바로 삼성의 '기어 아이콘X'와 애플 '에어팟'이 그 주인공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에어팟은 여전히 없어서 못 구하는 '역대급 제품'으로 떠오른 반면 기어 아이콘X는 '관심 밖의 제품'이 돼 버렸다.
2일 나눔행복 중고나라 등 중고 시장에서 에어팟은 정가보다 더 비싼 가격에 중고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에어팟은 지난해 9월 '아이폰7' 발표 당시 함께 공개됐다. 당시 애플은 아이폰7에 3.5mm 헤드셋 잭을 제거한 대신 에어팟을 전면에 내세웠다.
에어팟에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W1 칩셋이 내장돼 있다. 이 기술은 아이폰, 애플워치와 에어팟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애플 TV 등 다른 블루투스 기기와도 연동되며 인공지능(AI)비서 '시리'도 이용 가능하다.
가격은 미국 기준 159달러(약 19만원), 국내 출고가는 21만9000원이다. 하지만 중고 시장에서는 미개봉 제품이 26만~27만원에 거래된다. 사용한 제품도 22만원 이상에 거래된다. 왜 그럴까?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탓이 크다. 여전히 애플코리아 홈페이지에서 에어팟을 주문하면 6주 후에나 받을 수 있다. 당초 공개 당시 분실 우려가 있다는 점과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실제 써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탔다. 또 충성심 높은 애플팬들이 아이폰7과 함께 에어팟을 구매하려는 경향도 한몫한다.
시장조사기관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Creative Strategies)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942명의 에어팟 이용자 중 82%는 제품에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16%는 '만족스럽다'고 답해 총 98%의 이용자가 에어팟을 즐겨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애플의 제품 중 가장 높은 만족도다. 2007년 첫번째 아이폰 출시 당시 만족도는 92%, 2010년 아이패드는 92%였으며 2015년 애플워치의 만족도는 97%였다.
'에어팟을 추천할 것이냐'는 질문에서는 75점을 받았다. 역대 가장 높았던 아이폰의 경우 72점이었다. 벤 바자린(Ben Bajarin)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 분석가는 "50점 이상이면 훌륭한 수준, 70점 이상이면 역대급 제품(world class product)이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해 7월 삼성전자가 공개한 무선 이어폰 '기어 아이콘X'는 중고 시장에서 출고가의 1/3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에서 기어 아이콘X의 출고가는 22만원인데, 중고 시장에서는 미개봉 제품이 9만~1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용한 제품은 7만원대에서 주로 판매된다.
기어 아이콘X는 피트니스 기능에 특화된 제품이다. 가속센서와 심박센서 등으로 ▲이동 거리 ▲속도 ▲운동 시간 ▲칼로리 소모량 등을 측정해 음성으로 안내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헬스케어 전용 앱 'S헬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4기가바이트(GB)의 내장 메모리를 갖춰 최다 1000곡의 음악을 저장해 스마트폰과 연동하지 않아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좌우 이어버드의 음질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실제 사용시간이 너무 짧다는 비판이 함께 나왔다. 기어 아이콘X는 315밀리암페어아워(mAh)의 배터리를 갖췄는데 이를 통해 음악 재생시 최대 3.8시간, 운동시 최대 3.4시간, 오디오 스트리밍시 최대 1.6시간, 운동 트래킹까지 했을 경우 최대 1.5시간을 지원한다.
에어팟의 경우 연속 재생 시간은 5시간, 최대 통화 시간은 2시간이다. 최대 배터리 사용 시간은 24시간이다. 충전케이스에 15분만 넣어두면 급속 충전을 통해 3시간을 이용할 수 있으며, 충전 케이스를 사용할 시 24시간의 재생이 가능하다. 기어 아이콘X 역시 충전 케이스를 지원하나 3회 가량 충전이 가능해 에어팟에 못 미친다.
물론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여전히 3.5mm 헤드폰 잭을 지원하고 있어 기어 아이콘X의 수요가 에어팟에 비해 적고, 안드로이드 무선 이어폰은 대체제가 많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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