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계획 수정…美·日과 컨소시엄 통한 협업 무게
기술 유출 우려한 일, 韓·中 기업에 비우호적
'전략 보따리' 안고 M&A 전문가 박정호 사장 대동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 심나영 기자]최태원 SK 회장이 24일 전용기를 타고 일본을 방문한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동행한다. 최 회장은 도시바 경영진, 일본 금융계 인사를 만나 도시바 인수와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도시바 '인수'보다 '협업'에 방점= 최 회장은 도시바 지분 51% 이상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기존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일부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미국, 일본의 재무적 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시바에 제안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최 회장이 기자들을 만나 "단순히 기업을 돈 주고 산다는 개념을 넘어 조금 더 나은 개념에서 예의주시하겠다"며 "도시바와 협업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런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경영권 인수에 대한 리스크를 안기 보다는 지분 인수를 통한 도시바와의 협업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가 도시바 직원들에 대한 고용 승계와 반도체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공동 연구개발(R&D) 등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 회장의 이같은 속내는 일본내 분위기가 SK에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도시바는 원전사업에서 발생한 대규모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주력 사업인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부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말 1차 입찰결과 SK하이닉스,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미국 웨스턴디지털, 미국 브로드컴이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도시바는 5월 2차 입찰을 거쳐 6월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훙하이는 1차 입찰에서 무려 3조엔(31조5000억원)을 써냈다.
하지만 기술 유출을 우려하고 있는 일본 정부는 중국ㆍ대만 뿐 아니라 한국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다. 17년간 도시바 반도체 공장에 1조4000억엔을 공동 투자한 웨스턴디지털은 경쟁사에 매각을 거부하며 독점교섭권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내 일부 정서는 미국 기업에 매각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과 미국계 사모펀드인 실버레이크가 유력하다는 관측도 있다. 최근에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KKR와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가 함께 손잡고 도시바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웨스턴디지털이 KKR 컨소시엄에 합류할 것이란 소식도 들린다.
◆M&A 전문가 박정호 사장 대동=최 회장의 이번 출장에 반도체 전문가인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과 인수합병(M&A) 전문가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동행하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박정호 사장은 SK텔레콤 개발실장이던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팀장을 맡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당시 최 회장은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결단을 내렸고 박 사장이 실무를 맡아 성사시켰다.
재계 관계자는 "하이닉스 인수 이후 그룹내에서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출장에 박성욱 부회장과 박정호 사장이 동행하는 것은 이 같은 그룹내 포트폴리오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오는 26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도시바 인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이사회는 최 회장의 방일 직후에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이날 도시바 인수 방안에 대해 이사회에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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