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삶 담은 영화 '러빙 빈센트'
실제연기자가 찍은 영상, 애니로 변환
115명 화가, 고흐풍 회화로 모방 작업
머신러닝으로 회화스타일 익힌 AI
사진을 고흐풍 회화로 순식간에 재구성
"인간-AI의 협업·공존 비즈니스 모델 찾아야"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인공지능(AI)의 활동영역이 거침없이 확장되고 있다. 예술영역, 특히 회화의 영역에서는 그 성장세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AI는 머신러닝을 통해 유명화가의 작품 스타일을 습득하고, 주어진 사진을 해당 화가의 화풍에 따라 그림으로 변환해낸다. AI는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평범한 풍경사진도 고흐가 그린 그림처럼 만들어낼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는 19일 "AI를 이용한 패스티쉬(작품 모방)가 가능해짐에 따라, 향후 인간과 AI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사업기회 모색이 활발히 전개될 전망"이라고 주간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보고서는 영화 '러빙 빈센트'를 사례로, 인간과 AI의 예술영역에서의 갈등 혹은 협업의 미래를 조망했다. 러빙 빈센트는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인생을 다룬 애니메이션 영화다. 세계 최초로 영화의 모든 프레임을 고흐 스타일의 유화 작품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배우가 영상을 찍고, 그 영상을 구성하는 프레임을 분리해 회화로 바꾸는 작업이 이뤄졌다. 영화의 프레임에 사용된 유화는 6만5000점으로, 영상1초에 12점의 그림이 연사된다. 이를 위해 115명의 화가가 유화 작업에 투입됐다.
그러나 AI의 발달로 인해 115명의 화가가 더이상 이런 모방작업을 할 필요가 없게 됐다. 구글은 인공지능 신경망 기술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하나의 신경망으로 32가지 스타일의 패스티쉬를 생성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현했다.
이 신경망은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재구성한다. AI에 영상을 입력하면 재구성된 영상으로 출력된다. 즉 동영상을 구성하는 프레임마다 이미지 재구성 작업을 실시해, 완전히 다른 영상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만약 영화 러빙 빈센트에 이런 기술이 적용됐다면, 115명의 화가가 수만 장의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한 대의 AI가 수만 장의 유화 작업을 순식간에 처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의 눈부신 승리이기도 하지만, 화가들에겐 실질적인 일자리 위협이기도 하다. 화가들의 부수입인 모방작업을 AI에게 빼앗기는 것이다. 순식간에 수백장의 이미지를 변환해내는 AI의 속도를 인간 화가는 따라갈 수 없다.
반면 AI가 화가의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모방이라는 기계적 작업에서 해방돼, 자신만의 창작활동에 전념하게 됐다"는 긍정적 전망이다.
또 AI가 그림을 100% 모방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모사를 위한 원본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그 원본은 인간의 창작물이다. 인간의 독창성은 오히려 AI시대에 더욱 가치를 발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도 재반론은 있다. 알파고는 인간의 기보를 학습해 자기만의 방법으로 이세돌을 꺾었다. 자체 알고리즘으로 기보를 만들어냈듯, AI도 창작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어느 주장이 옳은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다만, 인간과 AI의 협력·공존이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러빙 빈센트의 사례처럼 인간 화가 115명이 수년에 걸쳐 모방그림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 AI를 통해 시간과 제작비를 단축할 수 있게 되면, 애니메이션 영화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투자할 수 있다.
IITP는 "영화 산업은 AI의 도입에 비교적 적극적인 산업의 하나로, 이미 AI가 대본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영화의 제작이 이뤄지고 있다. AI가 작곡한 음악을 영화의 배경음악으로도 사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향후 적극적인 인간-AI의 협업 모델이 구축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