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바탕으로 팀 이끌어…SK, 최근 9경기 8승1패 상승세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프로야구 SK의 트레이 힐만 감독(54·미국)은 경기할 때 틈틈이 메모를 한다. 그는 "경기 기록이나 특정 팀을 상대로 유의할 부분, 다음에 대결할 때 공략할 점들을 적는다. 양 팀의 주요 선수에 대한 특징, 예를 들어 우리 투수의 어떤 공을 공략해 어느 방향으로 타격했는지 등을 기록한다"고 했다. 숙소에 돌아가서도 내용을 분석하면서 필요한 내용을 쓴다.
힐만 감독은 "한국 감독들은 각 팀의 전력을 파악하고 있겠지만 나는 그 부분이 부족하다. 잘한 점과 잘못된 부분을 확인하기 어렵다. 미디어에 나오는 기사를 토대로 흐름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나 영상 분석이 아니라면 모르고 지나치는 장면이 많을 것이다. 기록에 의지하면서 가야한다"고 했다.
선수단의 잠재력을 확인하는데도 공을 많이 들인다. 1군 선수들에게 고루 기회를 준다. 개막 이후 열네 경기 동안 같은 타순과 수비 위치를 지킨 선수는 3번 타자 3루수로 출장한 최정(30)뿐이다. 1루수와 우익수로 번갈아 출전하는 한동민(28)은 "누가 선발로 나갈지 예측이 어려워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가 형성된다"고 했다. 선수단의 체력을 안배하려는 목적도 있다. 원정경기 때는 2군에서 투수와 야수 한 명씩 동행한다. 되도록 많은 선수들을 확인하려는 힐만 감독의 방식이다. 그는 "기량도 확인하고 1군 경험을 쌓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힐만 감독은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65·미국·2008~2010년)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외국인 사령탑이다. 로이스터가 '노 피어(No fear·과감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라) 정신'을 강조하면서 큰 스케일로 선수단을 이끈 데 비해 힐만은 세밀하고 꼼꼼하게 팀을 지휘한다. 미국프로야구 캔자스시티 로열스(2008∼2010년)는 물론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2003∼2007년) 사령탑으로도 일한 경험 때문일 것이다. 메모와 통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습관도 여기서 비롯됐다.
말투는 차분하지만 가벼운 농담을 해서 분위기를 풀기도 한다. 주장 박정권(36)은 "선수들이 대개 감독을 어려워해서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 힐만 감독은 '나는 감독이 아니라 너희들의 친구'라는 말을 자주한다. 장난도 먼저 건다"고 했다. 스프링캠프 때는 신인 선수들이 베테랑 선수들을 인터뷰하고, 모르는 부분을 확인하면서 거리감을 좁히는 자리도 열었다.
정규시즌 개막 이후 6연패로 주춤했던 SK. 힐만 감독이 시도하는 변화가 조금씩 효과를 내는 듯하다. 이후 아홉 경기에서 8승1패, 최근 6연승으로 승률 5할(0.533)을 넘겼다. 팀 순위는 공동 4위. 호재도 있다. 19일 넥센과의 홈경기 때는 새 외국인 투수 스콧 다이아몬드(31)가 첫 등판한다. 그는 출산을 앞둔 아내를 위해 개막 전 미국에 갔다가 지난 5일 복귀했다. 힐만 감독은 "(다이아몬드가)직구와 체인지업이 좋다. KBO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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