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일터삶터] '이기는 페미니스트' 너의 목소리가 들려

시계아이콘01분 41초 소요

[일터삶터] '이기는 페미니스트'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진주 걸스로봇 대표
AD

지난 주에 '이기는 페미니스트'로 이름이 알려진 'Yangpa(양파ㆍ본명 주한나)' 작가의 강연회에 다녀왔다. 한 번은 그의 새 책 '여혐민국'의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에서 기획한 자리였다. 다른 한 번은 강남 구글캠퍼스에서 열린 '코딩하는 여자들'의 행사 '위민 테크메이커스 2017(WTM17)' 컨퍼런스였다. 두 자리 모두, 가히 종교 부흥회를 방불케 하는 열기였다.


주한나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자랐고, 영국에서 살고 있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다. 외국인 남편과 결혼해 두 아이를 두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동하는 스타 페미니스트이기도 하다. 그는 말한다. 옥스포드 대학 석사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여성 엔지니어라고 하면 '부르주아 페미니스트'라는 오해를 받는다고. 하지만 부모님의 사업 실패 후 고졸 학력으로 생업에 뛰어들어 여기까지 왔다고. 그 과정에서 여성이라고, 외국인이라고, 어리다고, 애엄마라고, 저학력이라고 차별 받지 않은 건, 더 나은 노동조건을 가능하게 해 준 페미니즘 덕분이었다는 거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곳을 떠난 그가 한국 여성들의 현실에 목소리를 높이는 건, '로또에 여러 번 당첨된 것 같은 그의 행운'이 사실은 다른 여성들도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조건이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고 했다.

얼굴을 모르는 작가의 포효에 열광해왔던 여자들이 200여 명이나 모였다. 제한적으로 신청을 받았는데 번개처럼 마감됐고, 무작정 현장에 나타나 서서 듣는 이들도 있었다. 금쪽 같은 금요일 밤, 강남 한복판이었다. 세 시간으로 예정된 행사는, 관객과의 질의응답에만 두 시간을 썼다. 그는 "해외취업을 꿈꾸지만, 다른 나라에서 사는 일이 두려워 망설여진다"는 젊은 여성의 말에 "언어장벽과 문화차이와 인종차별, 그 모든 걸 다 합쳐도 한국에서 받는 성차별보다 낫다는 동료가 있다"며 격려했다. 다양한 주제의 젠더 이슈를 품고 지치지도 않고 손을 드는 여자들을 보며, 그 자리에 필자를 초대한 친구는 말했다. "여자들이 말하고 싶은 욕구가 목구멍까지 차 오른 것 같아." 생리통으로 정신이 혼미해진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일터삶터] '이기는 페미니스트' 너의 목소리가 들려

다음날에는 코딩하는 여자들이 모여, 동료 여성 프로그래머들의 경험담을 나눴다. 구글이 기획한 '워먼테크메이커스2017(WTM17)' 행사였다. 황금 같은 토요일 낮, 강남 한복판에 다시 200여 명의 여자들이 모였다. 이번에는 신청기간을 놓친 필자가 무작정 찾아가 청해 들은 거였다.

WTM17의 진행요원들은 절반이 남성이었다. 자신들이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일인데도 열심이었다. 아무리 지극한 페미니스트라도, 남성은 여성이 생태적으로 아는 일들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축 늘어진 생리대의 불편함이나 자궁벽을 헐어 생굴을 낳는 것 같은 불쾌감, 뇌가 흔들리고 허리가 끊어지는 듯한 통증, 아기가 들어있는 거대한 배가 방광과 다리와 모든 기관을 압박하는 고통, 부푼 배를 안고 지하철과 직장을 오가며 견뎌내야 하는 시선들, 그리고 마침내 내장이 회오리처럼 쏟아져 나오는 듯한 출산의 순간과 그로 인한 존재 안팎의 변화를, 여성들만큼 절실히 경험할 수는 없는 거다.


생물학적인 차이만도 이럴진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갈등과 '느낌'의 문제들을 여성들만큼 '민감하게' 캐치하기는 힘들 게다. 그 차이에 눈 뜨고 스스로 예민해져서, 자청해 불편을 감수하는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늘어나고 있는 걸 보니 뭉클했다. 여자를 슬프고 힘들게 만드는 사회는 남자 역시 슬프고 힘들게 만든다. 어떤 의미에서 남성들 역시 피해자인 셈이다. 서로에게 불행한 일이다. 어디가, 무엇이 해피엔딩인지, 언제쯤, 어떻게 거기 닿을지 모르는 아득한 길 위에서 여자와 남자는, 우리들은, 조심스런 변화들을 함께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진주 걸스로봇 대표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