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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인공지능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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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인공지능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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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살짜리 아이가 자동차 안에 갇혔다. 아이 엄마는 차 밖에서 발을 구른다. 고립된 사막, 한낮의 폭염, 까마득한 절벽. 영화 <모놀리스>는 이중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자동차가 가장 위험한 자동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AI)을 탑재하고 방탄재질로 제작된 최첨단 자동차 모놀리스. 영화는 모놀리스가 엄마와 아이를 태우고 목적지를 향하면서 시작된다. 운전대는 엄마가 잡았지만, 모놀리스는 지름길을 안내하고 외부 위협을 막아주고 대화 상대가 돼주는 우월적인 존재다.


한없이 안락해보이던 여정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뒤틀린다. 아이 엄마가 사고 흔적을 살피려고 차 밖으로 나온 사이 차문이 잠기고 아이 홀로 갇힌다. 엄마는 갖은 수를 써보지만 요지부동이다. 자동차가 너무 똑똑해서 아이를 극한 상황으로 내모는 아이러니. 영화는 묻는다. 인공지능은 인류의 친구인가. 자동화 기술은 절대 선인가.

영화가 던진 질문을 현실이 되뇐다. 2009년 5월31일 오후 7시29분, 에어프랑스 447편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출발했다. 목적지는 프랑스 파리. 447편은 그러나 영원히 파리에 도착하지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447편은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가장 안전한 비행기였다. 나중에 추락 사고의 원인을 추적해보니, 조종사가 폭풍우를 피해 기수를 급상승시켰고 그 바람에 양력(날개를 띄우는 힘)이 사라지면서 실속(속력을 잃는 현상)이 발생했다.


실속은 조종사들에게는 기본 상식이다. 그런데도 사고를 피하지 못한 까닭은? 기계 결함? 불운해서? 비행기 조종사이자 작가인 윌리엄 랑게비쉐는 이렇게 추정했다. "조종사들이 컴퓨터에 의존하지 않고 고고도에서 비행기를 수동으로 조종해본 경험이 적었던 것 같다." 비행 기술이 발전하면서 조종사의 비행 감각이 퇴보하는 아이러니.

분명한 사실은 자동화 사회에서는 사소한 실수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폰 덕분에 자잘한 일정을 놓치지 않고 내비게이션이 있어서 길을 헤매지 않는다. 하지만 자동화 사회에서는 큰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오히려 높아진다. 스마트폰을 분실하면 '멘붕'에 빠지고 내비게이션 없이는 길을 나서지 못하는 것처럼.


항공 안전 권위자인 얼 위너는 이를 '위너의 법칙'으로 정의했다. "자동화 기술 덕분에 사소한 실수를 저지를 확률은 줄었지만 큰 실수를 범할 확률은 오히려 커졌다." 인간이 인공지능에, 컴퓨터에, 시스템에 의존하다보니 인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긴박한 상황과 맞닥뜨리면 혼란에 빠진다는 지적. 그 혼란이 잠깐의 불편, 작은 피해쯤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그로 인해 생존이 엇갈린다면? 모놀리스의 공포와 447편의 추락은 디스토피아적인 결말이다.


그것이 '자동화 사회'든 '지능화 시대'든 '인공지능 세상'이든, 유토피아를 꿈꾸는 4차 산업 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문제는 그 혁명의 중심에 무엇을 두느냐다. 기술? 돈? 실은 인공지능을 설계하는 것도 인간이요, 자동화의 혜택을 누리는 것도 인간이며, 예상치 못한 사고와 맞서는 것도 인간이다.


인공지능이 제아무리 똑똑해도 감정이 없다는 것은, '인간다움'이야말로 진정한 가치임을 역설한다. 인간의 경험과 감각을 연마하고 인간미를 잃지 않는 것, 인간이 지금보다 더욱 인간다워지는 것. 4차 산업 혁명을 마주하는 우리와 기업과 사회는 명심해야 한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갈림길은 결국 인간, 인간다움임을.  


이정일 산업부장 jaylee@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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