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만찬을 시작으로 이틀 간 정상회담 일정에 돌입한 가운데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이튿날 열릴 양자 회담 '본게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간 회담 결과에 따라 아시아 안보 지형에도 변화가 일 수 있다며 싱가포르와 일본 등 주변국이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국립대 남아시아연구원의 라지브 란잔 차투르베디 연구원은 "양국 정상 간 '마라라고 회담'에서 구체적인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은 낮지만 아시아 지역의 무역과 안보 지형의 새 판이 짜일 수는 있다"고 판단했다. 회담 결과에 따라 싱가포르 등 일부 아시아 국가는 미국과 중국을 사이에 놓고 대외 관계의 틀을 재설정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싱가포르 롱구스발전전략연구원 리치훙 연구원은 "만약 미중 관계가 깨지면 싱가포르는 둘 중 한 편에 서도록 강요받을 것"이라며 "이는 미중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유지해 온 싱가포르에 악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회담이 소득 없이 끝날 경우 무역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한층 높아진다"고 봤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무역 갈등이나 인프라 투자 분야에서 양보를 얻어내는 대신 미군 감축 등을 통해 동북아 지역 안보 간섭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타츠미 유키 이사는 "미국과 중국의 양자 대화가 일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항상 우려스러운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모든 정책을 '거래'로 접근하려는 성향이 있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스티븐 나지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교수는 "미국이 타협하거나 미일 관계보다 미중 관계를 우선시하는 것으로 보이면 일본에 경고 신호가 될 것"이라며 "이는 일본 자위대가 독자적으로 설 수 있도록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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