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의 수급불균형이 구조적 문제라고 보고 안정화 방안을 마련했다. 할당량의 10%+2만톤을 넘는 이월분에 대해서는 다음해 할당량에서 차감하고, 내년 분을 미리 당겨쓰는 차입도 제한한다.
제도 설계부터 구조적 잘못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정착 중"이라고 해명했다.
다음은 오일영 기재부 기후경제과장과의 일문일답.
-차입보다 매입하는 게 저렴하지 않은가.
▲차입은 자기 통장을 미리 당겨쓰는 것으로 보면 된다. 그래서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매입과 달리 추가비용이 없다. 문제는 올해도 끌어 쓰고 내년도 끌어쓰다보면 계획기간 마지막년도에는 잔고가 비어서 무조건 사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적 비용이라기보다는 기회비용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
-차입 예시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2차 계획기간의 차입한도를 최대 15%로 하되, 첫해의 절반을 다음해 차입한도에서 차감하는 것이다. 2차 계획기간 차입 한도가 15%인데, 첫해 15%를 차입했다면 둘째 연도에는 차입 한도가 7.5%로 줄어든다. 만약 첫해 10%를 차입했다면 다음 해에는 15%에서 5%가 줄어든 10%가 차입 한도가 된다.
-기업입장에서는 배출권이 휴지 조각 되는 것 아닌가.
▲아니다. 시장 거래를 통해 현금화하라는 것이고, 핵심은 배출권이 아닌 돈으로 보유하라는 것이다. EU는 과거에 배출권을 몇 년 묵히면 모두 휴지조각이 되는 방식을 선택한 적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것이 아니다.
-각 기업들에게 배출권을 무료로 할당하는데 어떻게 경매를 진행하나.
▲무조건 경매를 주는 게 아니라, 배출권 경매장을 열고 본인들이 원하면 들어오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유상할당 업체도 원하지 않으면 안 들어오면 된다.
-배출권이 과연 배추나 무처럼 시장활성화 조치를 취해야 하는 대상인가. 시장 논리로 돌아가도록 해야 하지 않나?
▲배출권은 반드시 의무이행을 해야 한다. 제출을 못하면 과징금을 배출권 가격의 세 배 물어야 한다. 배출권이 부족한 쪽은 지금 사고 싶은데 물량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가격이 많이 뛰면 과징금을 지나치게 많이 물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경제적으로 가장 좋은 것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가 되는 것이지만, 정책적으로는 필요하다.
-기업들이 앞으로도 정부가 해결해줄 것이라 믿고 버티지 않겠나.
▲많은 업체를 만나봤다. 무조건 차입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사서 메꾸고 싶어한다. 하지만 팔려는 사람들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걱정한다. 차입한도를 그대로 둘 수도 있었지만, 첫 해 차입을 많이 하면 마지막 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축소를 했다. EU는 2005년에 이 제도를 시행해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만기가 되어가는 상태다. 저희는 2년밖에 안됐다.
-이월하는 기업도 다 이유가 있는데.
▲기업 전반적인 측면에서 보면, 2차 계획기간에 할당을 새롭게 받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앞으로 할당을 내가 얼마나 받을지 모르니 지금 갖고 있어야 하겠다고 판단하는 게 크다. 내부적인 이유도 있다. 기업에서 배출권 거래제도를 담당하는 부서는 대부분 환경 담당이다. 그런데 이것을 팔고 거래하다보면 관련부서가 회계·전략 쪽으로 간다. 그러다 보니 의사결정을 하는데 선뜻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
-2차 계획기간에는 이월 제한이 적용되지 않나?
▲2차 계획기간에도 이월은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수급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 수급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차입 제한만을 쓸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는 이런 탄소관련 리스크가 더 커질 것을 감안한 모양인데, 관련 선물옵션 준비는 되어가고 있나.
▲파생상품은 2021년부터 도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다만 이걸 당겨서 하자는 요구가 많은데, 현물시장이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고 안정화되어야 선물시장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상황을 보겠다. 그때까지 어떤 형태의 파생상품이나 관련 상품이 움직일 수 있는지 2차 기간에 살펴보겠다. 개인을 위한 펀드가 나올 수 있을지는 좀 고려해야 한다.
-시장조성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시장조성자가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어떤 이익을 볼 수 있는지를 물어보시는데, 우리도 이익 구조를 생각 중이다. 거래수수료 감면을 하나 생각 중이다. 또 시장조성자를 하다 보면 브로커리지 역할을 하게 되고 매도·매수 기업의 컨설팅도 할 수 있다. 그 이상은 저희도 검토 중이다.
-제도 설계를 애초에 잘못한 거 아닌가?
▲원칙적으로 그게 맞다. 제도를 시행한 게 2015년인데, 시장에서 거래된 게 2년 정도다. 처음에 설계할 때는 자발적으로 남는 배출권을 팔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것에 대해서 부족함이 있다. 그래서 (이번) 방안을 만들었다. 저희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정착 과정이다. 우리도 EU를 벤치마킹해서 시작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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