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 베이징에 진출한 전 세계 비정부기구(NGO) 사이에서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대표처)가 최근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微信·위챗) 단체 채팅방에는 무협의 노하우를 알려 달라는 미국·일본·독일 등 60여개 해외 NGO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무협이 중국에서 활동 중인 해외 NGO 중 베이징에서 최초로 등기 설립 비준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올해 1월1일부터 '해외 비정부조직 중국 내 활동 관리법(일명 NGO 관리법)'을 공식 시행한 데 따른 것이다. 해외 NGO 등기 업무 권한을 쥐게 된 공안국은 1월11일 기본 지침을 발표하고 전국적으로 시행 중이나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주요 NGO 대표처의 업무 미숙 등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무협이 '베이징 NGO 등기 1호' 선례를 남긴 셈이다.
무협은 2월 베이징시 상무위원회의 설립 동의를 거쳐 지난 한 달 동안 공안국과 비준 작업을 완료했다. 3월 중순 최종 서류를 내고 보름 만인 31일 허가가 떨어졌다. 무협보다 앞서 신청한 일본계 NGO는 아직까지 비준을 받지 못했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놓고 한·중 관계가 껄끄러운 와중의 성과라서 더 의미가 있다는 게 동종 업계의 반응이다. 무협 북경지부 관계자는 "사드 국면에도 유관 기관의 협조로 동일한 시기에 신청한 다른 나라보다 조기에 등기를 획득했다"면서 "우리 기업의 대(對)중국 진출과 민간 차원의 경제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는 그동안 NGO 관련 법률이 없었다. 중국은 합법적인 활동을 위해 NGO 관리법을 도입했다지만 사실상 해외 NGO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의 속내를 안다고 해서 피해 갈 방법은 없다. NGO 등기 취득이 늦어지면 해당 대표처 파견 직원은 모두 불법 취업자로 간주돼 불이익을 받는다. 무협의 선제 행보에 '눈치 보기' 급급했던 여타 NGO는 뒤늦게 공안국에 서류를 제출한 상태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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