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개구리 세상이야기展' 내달 4일까지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현대인의 일상은 무료하다. 고립되고 답답한 삶속에서 끊임없이 관계를 원하거나 물질적 욕망을 채우려고 발버둥 친다. 결국 지칠 대로 지쳐 동공은 제 갈 길을 잃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딴 생각이 슬그머니 돋아난다.
'리빗(ribbit), 공존'(사진)시리즈에는 청초한 여성이 등장한다. 얼굴은 무정하지만, 어딘가 자유를 갈망하는 오묘한 표정이다. 그러나 사실 작품의 중심은 개구리다. 여성의 어깨 위에 슬쩍 고개를 내민 개구리(붉은눈청개구리)가 보인다. 옅게 채색한 인물과 화려하고 진한 색감의 개구리, 정적인 인물과 동적인 개구리가 확실히 대비된다. 그러면서도 개구리와 무표정한 여성은 묘한 조화를 이룬다.
화가 김태우(29)는 현대인을 위로하기 위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구리를 소재로 삼았다. 개구리는 저항 또는 자유로움을 상징한다. 그럼으로써 단순하고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해 뇌리에 확실히 자리를 잡는다. 화가는 우리 삶에 위로를 건네듯 오색의 비단을 덮어준다.
작품 주제는 인간의 대한 내면탐구에서 비롯된다. 젊은 작가는 삶이 함축된 표정을 깊이 있게 화폭에 담았다. 개구리를 소재로 작업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그는 "어떻게든 허무함을 표현하려 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삶의 허무가 찾아오는데 그 와중에도 우리는 자유를 갈망한다. 인물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개구리를 사람과 대비해 그렸지만, 결국 또 다른 자아(自我)이자 자화상이다"고 했다.
김태우는 중학교 3학년 때 한국화에 입문했다. 2015년 동국대학교 미술대학 한국화과를 졸업했고, 현재는 동국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조선시대 문인화가 윤두서(1668~1715)의 자화상을 중심으로 심리표현을 연구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난해까지는 자화상을 위주로 작업했다. 스스로를 대상화해 작품에 등장시켰다. 자화상을 그린 이유는 "누구나 자기 자신을 가장 많이 알고, 그곳에서 많은 감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대학시절에는 먹(墨) 작업을 위주로 했다. 먹의 농담과 글씨에 감정을 담아 표현했다. 그는 "당시에는 무조건 감정을 화면 안에 구겨 넣었다"고 했다. 작품 소재와 기법 등 모든 면에서 변화가 필요했다. 지금은 여백을 통해서도 감정을 드러낸다. '발(足)'을 주요 소재로 삼아 신작을 만들며 변화를 주기도 했다. 발은 반복되는 일상이자 하나의 사회상을 뜻한다. 화가는 발에도 감정이 있다고 생각해 여러 동작으로 그렸다.
김태우는 전통기법 위에 현대적 감성을 더해 차별화를 꾀한다. 그는 "원래 어진(御眞)과 같은 전통적인 초상화는 비단에만 그린다. 하지만 너무 고루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의 작품에서는 수묵에 느낌과 비단의 느낌이 공존하면서 조화를 이룬다.
"화선지에 수묵담채화를 기본으로 인물을 그린다. 그 다음 개구리를 그린 비단을 따로 제작해서 그림 위에 덮는다. 인물이 흐려 보이는 이유도 비단으로 덮었기 때문이다. 전통에서 조금 벗어나려고 개구리를 집어넣어 캐릭터화시켰다".
화가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하고, 영감을 얻는다. 지금의 작품 형태는 좀 더 발전시킬 생각이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신진작가들에게 초대전은 어렵다. 정부지원도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작가니까 작품도 팔려야 하고. 주로 공모전 당선을 통해 전시회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9일 문을 연 김태우의 네 번째 개인전 '개구리 세상이야기'는 서울 종로구 갤러리일호에서 다음달 4일까지 열린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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