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일제강점기 해방 당시 서울을 항공 촬영한 영상이 공개됐다.
한국영상자료원은 28일 발굴·공개 시사회 '희귀영상으로 만나는 일제강점기:수탈과 해방의 역사'를 열고 지난해 해외에서 수집한 한국 초기 영상 여든아홉 편 가운데 자료적 가치가 높은 세 편을 상영했다.
해방 당시 서울의 모습은 호주군 정보부가 1945년 9월8일부터 나흘간 촬영한 영상에 담겨 있다. 경기도에서 서울 방향으로 비행하며 촬영한 서울역, 조선총독부, 광화문, 시청 일대 등이 1분여에 걸쳐 나온다. 영상자료원은 "당시 서울 풍경이 항공 촬영 영상을 통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영상은 근대화에 접어든 서울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김선호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연구원은 "근대식 건물들이 조선총독부를 중심으로 배치돼 있고, 경기도는 시골과 같다"며 "일제가 서울을 어떤 식으로 개발하고, 도시와 농촌의 구획을 어떻게 지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영상에는 종로 일대의 번화가, 보신각 등 시내 풍경과 노면 전차를 이용하는 일반인들의 모습도 담겨 있다. 일제의 식민 통치가 끝나는 역사적 순간들도 실려 있다. 조선총독부 앞에서 진행된 국기 교체식, 근접 촬영된 미·일 대표의 항복문서 서명식 등이다. 일제가 운영했던 연합군 포로수용소와 연합군의 행렬을 보며 기뻐하는 조선인들, 서울역 앞 광장에서 깃발을 흔들며 만세를 외치는 군중의 모습 역시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시사회에서는 1930년대 군산의 풍경을 담은 영상도 공개됐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동아시아도서관에서 수집한 영상으로, 일제의 곡물 수탈과 일제 식민지화 사업의 단면 등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근대식 건물로 지어진 군산자동차영업소, 전북 수리조합 군산출장소, 조선신탁주식회사 군산 지점, 군산항 창고 등이다.
20세기 현대 도예를 대표하는 버나드 리치의 영상도 공개됐다. 캐나다 마티 그로스 프로덕션에서 수집한 영상으로, 리치가 1935년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영국으로 귀국하는 과정에서 촬영한 울산 읍내 오일장·경주 고적지·경성 한옥·금강산 등이 등장한다. 영상자료원은 "일제강점기 및 해방 직후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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