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부동산소유와 관련한 정책은 정파에 따라 나뉠 수 있겠지만 주거복지는 정파가 없다.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데에는 보수냐 진보냐의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본다."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27일 기업설명회를 열고 회사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밝혔다. 주거분야를 총괄하며 국내 최대 규모 공기업으로 꼽히는 LH의 수장이 직접 나서 비전을 공표한 건 이례적이다. 박 사장은 설명회 후 예비취업인을 대상으로 직접 특강까지 진행했다.
박 사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유럽연합(EU)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현재 국내 공공임대 재고가 전체 주택의 5.6%에 불과한데 100만가구를 추가로 지어 10%선까지 높이겠다"면서 "나아가 10가구 중 2가구에는 공공임대주택이 제공될 수 있어야 든든한 주거안정망이 구축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이 같이 판단한 건 인구ㆍ경제사회구조가 급변하면서 공사의 역할론도 바뀌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저출산ㆍ고령과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주거수요 역시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는 "저출산 문제의 핵심은 결혼과 주거, 육아를 아우르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으로 향후 더 많은 주택, 더 저렴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며 "고령화시대를 대비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주거공간을 확충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도입된 행복주택은 청년ㆍ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한 유형으로 자리잡았으나 전체 임대주택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많지 않은 편이다. 오히려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공급에 정부가 적극 나서면서 서민주거안정과 직결된 장기 공공임대는 상대적으로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 사장은 "임대주택정책은 정권에 관계없이 진화하고 있다"면서 "도심 외곽 대규모 단지 위주로 공급되던 임대주택이 소규모로 도심에 들어서고 청년이나 대학생, 신혼부부 등 특정 계층을 묶어 공급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기존 공급자 중심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수요에 맞춰 새로운 유형의 임대주택을 선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행복주택을 지으면서 창업지원시설을 결합하는 판교밸리나 헬스케어나 취미공간을 같이 넣는 분당 목련의 공공실버주택이 단적인 예다.
이밖에 부지만 확보하면 단기간 내 지을 수 있는 모듈러주택이나 소규모 도심정비사업과 연계한 공공임대주택도 있다. 박 사장은 "육아를 도와줄 수 있는 조부세대까지 같은 집에 사는 세대구분형 임대주택을 수도권 지역 10년 공공임대주택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임대주택에 대해 대중이 갖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는 데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 사장은 "서울 가좌 행복주택 역시 초기엔 지역주민 반발이 심했으나 막상 젊은 대학생이 많이 입주하면서 이제는 환영받고 있다"면서 "교육시설 등을 같이 공급해 지역민 반감을 줄이거나 해당지역 주민에 우선권을 주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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