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50% 출자전환 방안에 패닉
4월21일 만기도래 회사채 22.38% 하락
내달 열리는 사채권자집회서 받아들일 듯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정부의 '채무 재조정' 발표에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가격이 폭락했다. 회사채 투자자들이 50% 출자전환(부채를 주식으로 전환)이라는 고통을 떠안게 됐다는 소식에 패닉에 빠진 것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장내채권시장에서 4월21일(4400억원) 만기도래하는 대우조선해양 회사채6-1회차가 전 거래일 대비 1410.1원(22.38%) 내린 4889.9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거래량도 전날(94만5862건)에 비해 500만2267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채권가의 80% 미만 가격인 회사채가 15% 이상 급락한 경우'에 해당돼 24일 하루 매매가 정지됐다.
7월23일 만기도래하는 회사채4-2회차(3000억원)도 전 거래일 대비 1100원(18.03%) 내린 5000원을 기록했고, 11월29일(2000억원)이 만기인 회사채5-2도 1193.9원(19.90%) 내린 4806.1원에 마감했다.
정부가 전날 내놓은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이 발목을 잡았다. 정부는 국책은행이 무담보 채권의 100%, 시중은행이 80%, 회사채 및 기업어음(C))를 보유한 사채권자가 50%를 각각 출자전환하는 2조9000억원 규모의 채무 재조정에 동의하면 2조9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조건부 정상화 방안'을 내놓았다. 회사채는 50% 출자전환, 나머지는 3년 거치 3년 분할 상환한다는 방안이다.
이 방안을 채권단이 받아들일 경우 회사채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50만원은 주식으로 전환해서 받고 50만원은 6년 후에 다 받게 된다. 3년 후부터 받게 되는 원리금도 그 사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상황에 따른 변수가 생길 여지가 있다.
정부가 참여하는 고통 분담 방식의 조정안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이미 지난 15일부터 회사채 급락세가 이어져왔지만 '기본 원금 50% 손실'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진 것이다. 특히 이날 4월 만기 회사채6-1회차의 하락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은 이전까지 가격 하락폭이 작았기 때문이다. 4월 만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유동성 지원을 해주지 않을까 하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컸었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다음달 14일 열리는 사채권자집회에서 정부 방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선주 SK증권 연구원은 "채권자들이 이 방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의 일종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럴 경우 채권자의 손실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한진해운 사례 등을 보면 이번 손실 부담 비율이 특별히 높은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나 연기금이 현 상황에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부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채권단은 금융채권잔액 기준으로 의결권을 가지므로 혹여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의견이 있어도 규모가 적어 반영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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