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심사 강화 '풍선효과'…저신용자 비중 높아 상환부담 우려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농협과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의 가계대출이 연간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상호금융 가계대출은 취약차주의 비중이 높은 만큼 향후 시장금리 인상시 채무상환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 우려스럽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3월 금융안정상황 점검회의' 결과에 따르면 작년 말 상호금융 가계대출 잔액은 289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55조원)대비 13.5%(34조4000억원) 늘어난 수치로, 증가율은 한 해 전(6.9%)의 두 배 수준이다.
이는 은행권의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발생한 일종의 '풍선효과'로 풀이된다. 상호금융사들이 수신 증가를 바탕으로 은행과의 금리 격차를 줄이는 등 대출영업을 확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17.0%)과 상가·토지·오피스텔 등 비주택담보대출(12.5%)을 중심으로 규모가 확대됐다. 주담대의 경우 은행의 대출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연간 증가액이 14조1000억원으로 전년(1조7000억원)보다 확대됐다. 비주담대는 2015년 12조9000억원, 작년 17조1000억원 등 높은 증가액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장기 저금리 기조에서 고수익 추구를 위한 수익형 부동산 투자와 부동산 경기 회복에 따른 건물신축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다.
상호금융 가계부채의 경우 중·저신용 차주의 비중이 높아 향후 채무상환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주담대 중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가 넘는 비중이 작년 9월말 기준 66.4%로 은행(작년말 기준 35.9%)의 2배 수준이다. 비주담대의 경우 작년말 중·저신용 차주의 비중이 각각 48.4%, 10.6%로 주담대(27.2%, 8.9%)보다 높다.
또한 생계와 사업 목적의 대출 비중도 은행보다 높다. 작년 말 기준 상호금융 가계대출 중 생계·사업목적은 41.5%에 달해 은행(21.2%)의 두 배에 육박했다.
신호순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일반적으로 비은행금융기관으로 가는 차주는 은행권에 비해 신용도나 소득수준에서 좀 취약한 게 사실"이라며 "최근의 금리상승으로 이들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채무상환부담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연 12회에서 올해부터 8회로 주기를 조정하면서 나머지 4회를 거시 금융안정상황 점검회의로 진행한다. 3월, 9월 회의에서는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분석한 내용을 보고, 6월,12월에는 국회에 제출하는 '금융안정보고서'를 심의·의결하기로 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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