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회의 후 기자간담회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배제 못해…대우조선 추가지원, 불가피"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가계부채 폭증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정면 반박했다.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선 당연한 조치였으며,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리는 데 기여했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이주열 총재는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안정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차입수요를 일으켜서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가계부채 증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장에서는 가계부채 대응책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가 1344조원에 달하면서 세간에서는 한은이 금리 인하를 지속해 가계부채를 촉발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은은 2014년 8월에 기준금리를 2.25%로 0.25%포인트를 떨어뜨리면서 총 5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이 총재는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사태 등을 언급하며 금리인하가 "당연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리인하로 인해서 가계라든가 기업의 금융비용이 경감되었고 경제주체들의 위축된 심리도 완화되면서 경제의 회복세를 유지하는데 상당히 기여하였다"고 평가했다.
금리효과를 제약했던 요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거시건전성 정책이 좀 잘 짜여져서 뒷받침 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며 "금리정책의 효과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리정책의 효과를 부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대응책에 대한 컨센서스로 증가속도 억제, 변동금리ㆍ일시상환 비중 완화, 취약가구 지원방안 등 세 가지를 꼽았다. 또 경제회복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고용과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을 가장 바람직한 대응책으로 언급했다. 이 총재는 "부채의 절대규모를 줄인다는 것은 일단 경제에 쇼크를 주는 것"이라며 "소득을 늘리는 것, 고용을 늘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정치권에서 나오는 가계부채 총량 규제책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평가를 내놨다. 앞서 국회업무보고에서 유사한 질문을 받은 뒤 "부작용이 있다"고 답변했는데 이를 두고 "한국은행법 제28조에 근거한 원칙론적인 발언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후보들의 가계부채 관련 공약들이 구체적인 실행내역까지는 아직은 밝혀진 단계가 아닌 것으로 안다"며 "그 이상으로 언급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내달 미국 재무부로부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과 대처방안에 대해서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지정)가능성은 낮지만 조작국으로 지정돼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 시장안정 조치를 하겠다"며 "이번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미국 측 입장을 귀담아들어 보니 환율정책의 투명성을 특히 강조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정부의 그런 입장을 감안해보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배제할 수 없구나 하는 걱정도 해본다"면서 "지정되면 양자협의를 통해 해지되도록 노력하고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 시장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에서 대우조선해양에 추가지원을 결정한 것에 대해선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도산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국가 경제적 손실 등을 감안해 볼 때 이번 구조조정 추진방안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채권단의 채무재조정 동의 여부, 대우조선해양의 자구노력 추진상황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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