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자택 인근 취재 열기 과열
빌라옥상 하루 100만원 계약도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이승진 수습기자, 전경진 수습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 인근 부동산 시장이 때 아닌 '깔세 특수'를 누리고 있다. 깔세는 임차 시 보증금 없이 일정기간의 셋돈을 한 번에 지급하는 임차방식을 이르는 부동산 용어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빈 점포에 상호명 없이 '점포정리' 등의 입간판을 내걸고 영업하는 경우가 주로 깔세가 적용된다. 파면 후 사저에서 생활하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과 측근들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한 취재 열기가 과열되면서 대로변 상가에서 생기는 깔세가 이례적으로 고급 주택가인 삼성동에서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22일 삼성동 일대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박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 언론사와 깔세 계약을 체결한 건물은 총 세 곳이다. 세 곳 모두 선릉로 112길을 사이에 두고 박 전 대통령 사저와 마주하고 있는 건물로, 한 곳은 빌라 두 곳은 상가 건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 종편 방송사와 계약한 건물의 임차인 김 모씨는 "보통 이런 거래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하지 않고 당사자 간 현금이 오가기 때문에 정확한 액수를 알긴 어렵다"며 "한 달 기준 500만원 선에서 거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언론사와 공간을 공유하지 않는 조건으로 독점 계약한 경우 깔세는 더 비싸진다. 한 지상파 방송국과 독점 거래한 주거용 건물인 빌라의 경우 하루 100만원 선에서 옥상을 이용하는 조건에 거래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동 인근 K공인 관계자는 "대통령 선거 때도 문의가 있었으나 이번처럼 가격 경쟁이 치열하진 않았다"면서 "이번엔 건물주들이 어느 방송사에서는 한달에 300만원 주기로 했다는 식으로 흥정을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박 전 대통령 사저 인근이 정치적 이슈로 깔세 특수를 빚고 있지만 부동산 시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동에 위치한 S공인 관계자는 "이미 삼성동 일대가 가격이 많이 오른데다 건물주들이 매도 의사도 없어 매물 자체가 나오지 않는 편"이라며 "이미 오를 대로 오른 편이기 때문에 가격이 더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곳이 삼성동"이라고 설명했다.
고급 주택가로 알려진 삼성동에 전례 없이 깔세가 등장하자 주민들 사이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깔세가 등장하는 지역의 경우 유동인구가 어느 정도 확보되기 때문에 그만큼 혼잡함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손자 하교를 돕던 정명희(68·여)씨는 "취재진이며 시위대며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평소 1분이면 갈 거리를 10분씩 걸려서 이동한다"면서 "최근엔 헬기까지 띄우는 등 헬기 소리 때문에 도통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정 씨는 "대통령이 한마디만 해 주면 될 것을 안해주니 인근 주민들만 피해를 본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다른 곳으로 이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라고 말했다.
30년간 삼성동에 거주해온 안종면(61)씨는 "대통령 선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요즘은 특히 더 심해져 일부러 먼 길을 돌아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이승진 수습기자 promotion2@asiae.co.kr
전경진 수습기자 kj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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