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문캠 자문단 석동연 전 대사 "참고할 게 있으면 캠프에 전달"
차기 정부 외교 성향 파악 의도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미국과 중국 외교 관계자들이 우리나라 대선 후보들을 잇달아 접촉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와 북한문제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예민한 시기라는 점에서 미중 관계자들의 잇단 대선 후보 만남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전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또 다른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를 만난데 이어 중국 외교부 정책자문위원회 대표단 단장격으로 방한한 왕잉판(王英凡)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22일 오전 문재인 캠프 외교자문단 일원인 석동연 전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를 면담했다. 당초 왕 전 부부장은 정치인과 일정을 잡지 않는다는 방침이었지만 간접적으로는 접촉한 셈이 됐다.
이날 왕 전 부부장과 석 전 대사 면담은 사드문제로 한중관계가 흔들려선 안된다는 공감대 하에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왕 전 부부장은 전날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임성남 제1차관과 만났지만 사드배치에 대해 입장차만 확인했다.
이와 달리 석 전 대사는 오랜 기간 중국담당 업무를 해왔고 왕 전 부부장도 1992년 한중수교 당시 담당 국장을 역임한 바 있어 전날 외교 차관과의 면담 보다는 다소 분위기는 부드러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석 전 대사는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25주년이 된 한중수교가 사드문제로 기초까지 흔들리고 있다"면서 "한중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과 중국 외교 대표단의 잇단 대선 주자 접촉이 단순히 현안 파악하기 위한 움직임은 아니라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무엇보다 차기 정권의 외교 방향을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주변국들이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 내에서는 "북한보다 차기 한국정부를 더욱 우려하는 게 미국의 시각"이라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다.
특히 대선 유력주자인 문재인 예비후보는 사드배치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은 미국과 중국 외교 대표들이 문재인 캠프를 접촉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왕 전 부부장과 석 전 대사의 이날 회동도 결국 대선 주자의 외교정책을 파악하고 관심사안에 대한 상호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회동에서는 위성락 전 러시아대사가 동석했으며 중국 측에서도 러시아대사를 역임한 인물이 대표단에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져 단순히 한중관계 뿐 아니라 외교와 관련한 폭넓은 대화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석 전 대사는 이날 회동의 정치적 해석에 대해서는 경계를 나타냈다. 하지만 '캠프에 면담 결과를 전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참고할만한 게 있으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핵 6자회담 한미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조셉 윤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회동했다.
양측은 중국의 동참을 전제로 한 대북 제재와 압박 강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표는 틸러슨 장관의 지난 18∼19일 방중 결과를 설명하면서 대북 제재ㆍ압박 강화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 사드 관련 대 한국 보복을 중단하라는 요구에 대한 중국의 입장 등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특별대표는 이날 문재인 캠프 관계자들과도 접촉한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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