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16일(현지시간) 독일을 찾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을 만났다.
두 장관은 불필요한 무역전쟁을 막자는데 동의하면서도 무역과 환율 등의 문제를 놓고 미묘한 긴장관계를 나타냈다. 외신들은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리는 이번 G20회의에서 국제무대에 처음 데뷔하는 므누신 장관이 호된 신고식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쇼이블레 재무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원하는 것은 무역전쟁이 아니다"라면서도 "무역관계의 불균형을 개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양국간 협력을 약속했다"고 운을 뗐지만 "이번 G20회의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독일의 무역흑자는 우리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단일 통화를 가지고 있지 않은 독일은 통화정책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성장세 개선을 위해 전반적인 완화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므누신 장관이 자유무역보다는 공정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무역불균형 개선 의지를 나타낸 반면 쇼이블레 장관은 독일의 환율·통화정책이 유로존을 대표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피력한 것이다.
두 장관의 문제의식에서 보여지듯 무역과 환율 문제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의 주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역대 G20 회의들은 어조는 조금씩 다르지만 변함없이 자유무역과 시장경제의 가치를 천명했고 이를 위한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열리는 첫 G20 회의에서는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미국의 입김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 재무부가 다음달 환율보고서 발간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과 독일, 한국 등 트럼프 행정부의 지목을 받았던 국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어떤 합의가 이뤄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회의에서 참가국들이 미국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구체적 합의 없이 협력관계만 강조하는 등의 성과를 내는데 그친다면 향후 국가간 긴장관계를 낮추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미국 재무부 고위당국자는 G20 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므누신 장관이 이번 회의에서 주요 경제국들에 기존 환율 관련 G20결의를 지키라고 촉구하면서 공정무역 증진의 중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자유무역과 열린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17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