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대표 디자인 가구 브랜드 프리츠 한센의 야콥 홀름 CEO
"145년간 프리츠 한센 이끈 철학 핵심은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온통 '북유럽'이다. 몇 년 전부터 가구부터 조명, 인테리어 소품까지 '북유럽 스타일'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가야 '요즘 인테리어'라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그야말로 인테리어 트렌드의 중심에 '북유럽'이 있는 듯했다.
말로만 듣던 그 북유럽, 덴마크의 대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프리츠 한센이 추구하는 철학은 아이러니하게도 '트렌디'와는 정 반대에 있는 가치였다. 바로 '패셔너블하지 않은 상태,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이다.
야콥 홀름 프리츠 한센 최고경영자(CEO)는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리빙 트렌드 세미나'에서 "145년간 프리츠 한센을 이끌어온 철학의 핵심은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이라며 "잘 제작된 가구나 조명은 오랜시간 존재할 수 있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디자인 역시 시대를 초월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프리츠 한센은 '모던' '모더니스틱'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60~70년이 지나도 그 시대의 건축 양식에도 어울리면서 옛 건축물과도 조화를 이뤄야한다는 게 프리츠 한센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가구는 저렴하게 구매해 10년 가량 쓰고 폐기, 다른 가구로 바꾼다는 인식이 있다"며 "프리츠 한센의 트렌드는 반대로 시간을 초월해서 영원히 소구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구매한 사람에게도 가치가 있지만, 몇십년이 지난 '빈티지 프리츠 한센' 역시 새 제품과 또다른 가치가 있도록 만든다는 설명이다.
프리츠 한센은 가구뿐만 아니라 조명과 디자인 소품(오브제) 등을 다루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그는 "프리츠 한센은 장인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작품 같은 제품을 만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수공 작업자와 이들에 대한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해 전통적인 제작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프리츠 한센은 지금도 가구 등의 제작에 로봇을 사용하지 않는다.
야콥 홀름 CEO는 프리츠 한센이 가구 제조사가 아닌 디자인 회사라고 강조했다. 디자인 설파하고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 그는 "모던 덴마크 디자인은 옛 목수들의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150년 전 목수의 방법에 현대적 철학을 적용해 제품을 탄생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방법의 핵심은 '디자인은 목적이 있어야한다'는 것과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워야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디자인 핵심은 '고유성'이다. 예를 들어 의자의 경우 이미 발명된 의자, 테이블에 목적이 있는 디자인을 적용하고, 이에 맞는 재질과 표면처리 등을 통해 해당 의자, 테이블 만의 고유성을 갖게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의자를 3차원 예술작품으로 생각한다"며 "가구가 예술작품은 아니지만 뒤에서도 옆에서도 앞에서만큼 아름다워야한다"고 말했다.
물론 하루 아침에 되는 건 아니다. 필요한 건 시간이다. 프리츠 한센 역시 145년 동안 늘 브랜드를 대표할만한 제품들이 속속 나온 것은 아니다. 야콥 홀름 CEO는 "다양한 실험을 시도한다"며 "시간이 허비되는 경우가 많지만 대표 제품(아이코닉 제품)이 탄생될 때까지 시도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덴마크의 유명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아르네 야콥슨은 20년 넘게 프리츠 한센과 일하면서 100여개 제품을 제작했다. 이 가운데 약 5개가 아이코닉한 제품으로 남았다. 나머지 95개는 시도되고 사라졌지만, 그 같은 시도가 시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는 5개의 아이코닉한 제품을 탄생시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프리츠 한센은 다양한 '시도'를 위해 내부 디자이너를 두지 않고 덴마크 내외의 다양한 디자이너들과 협업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내부 디자인 매니저에 좌지우지 되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영감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을 통해 프리츠 한센의 디자인 철학이 다양하게 해석될 때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생각이다.
한편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리빙 트렌드 세미나에서는 첫 날 북유럽의 대표 리빙 브랜드의 CEO와 인테리어 디자인 총괄 등이 연사로 나선데 이어, 9일 박성희 LG하우시스 디자인 센터장,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양태오 디자이너, 이욱정 PD 등 인테리어, IT, 디자인, 방송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연사들이 참여한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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