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조슬기나 기자]정부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논란과 관련해 부랴부랴 해법모색에 나섰지만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맹탕'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피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10억원의 긴급자금을 빌려주겠다는 게 정부의 방책이지만, 이 또한 기존 제도를 고친 것인데다 대기업조차 무차별적 폭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법에 조금도 다가서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7일 산업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제9차 한중 통상점검 태스크포스(TF)'에는 화장품ㆍ식품ㆍ철강ㆍ전기전자 등 13개 업종별 협회 및 7개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와 관련한 애로사항을 밝혔다.
정부는 당초 오는 9일 TF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사드보복 논란과 관련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 회의를 앞당겼다.
이날 화장품ㆍ식품ㆍ여행 등 당장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는 업계에서는 불만 및 피해사례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전세기 운항중단, 관광금지 등으로 포화를 맞은 여행업계는 최근 중국 국가여유국의 한국 관광 관련 주의사항 발표 등에 따른 중국관광객 감소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식품업계와 화장품업계 역시 최근 수입 통관 불허논란 등에 대해 애로사항을 호소했다. 철강ㆍ석유화학업계는 중국의 폴리옥시메틸렌(POM), 폴리실리콘 등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있어 정부차원의 적극 대응 등 도움을 요청했다.
반면 정부의 대책은 단지 상황을 보고받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업계의 불안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가 밝힌 지원책도 중국 법규 교육 등 정보제공, 인증ㆍ마케팅 지원 강화처럼 기존에 시행해오던 수준에 그쳤다.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에 최대 5년간 1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중소기업청의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상 규정을 고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업체가 사드보복 피해에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큰데, 아직까지 정부로부터 이렇다 할 대책을 전해받지 못했다"며 "TF 등 회의에서도 업계 상황을 보고받는 수준에만 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당정 회의에서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제소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정치·외교 등 범 부처적 대응이 필요한 부분임을 감안하더라도 중국 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반한감정과 각종 제재 등을 감안할 때 몇 발 늦은 대응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경제5단체장과 산업부 장관이 만나 경제계의 제언과 결의를 다짐하는 자리도 반쪽짜리가 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5단체와 업종ㆍ지역별 단체들로 구성된 경제단체협의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2017년 정기총회'를 열어 미국 보호무역주의와 중국 사드보복 등에 대한 우려 등이 담긴 결의문을 채택한다. 하지만 매년 참석했던 산업부 장관이 올해 미국 방문을 이유로 불참하면서, 경제단체 회장들도 모두 참석하지 않는다.
재계 관계자는 "어느 때보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롯데를 비롯한 관광, 서비스업계의 피해가 심각해 민관의 공동대응이 중요한 상황"이라면서 "경제단체와 정부부처가 머리를 맞대며 긴밀한 협의와 대책마련이 시급한데도 모처럼 만나는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우태희 산업부 2차관은 "최근 중국내 일련의 조치는 상호호혜적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정신에 부합하지 않다"며 "부당한 조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업계와 긴밀히 공조해 국제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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