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이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보호 무역 정책이 본격화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분쟁 대상으로 지목한 독일과 미국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반면 일본과는 갈등 해소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을 담당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된 미국무역위원회(NTC)의 피터 나바로 위원장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다음 주 방미를 앞두고 독일의 무역 흑자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미독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나바로 위원장의 발언은 정상 간의 만남에서도 양국의 무역수지 문제에 대한 첨예한 대립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발 빠르게 미국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무역환경을 마련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나바로 위원장은 전미실물경제협회(NABE)의 콘퍼런스에서 "독일과의 무역적자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라며 "메르켈 총리가 미국을 방문할 때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그는 "독일은 유럽연합(EU)에 속해있다는 이유로 무역 협상을 따로 진행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왔다. 유로화 가치 역시 조정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주장해왔다"고 지적하며 "심각한 수준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EU 틀 밖에서 미국의 대독일 무역수지 적자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바로 위원장은 한 달 전 FT와의 인터뷰에서도 "독일이 평가절하된 유로화를 착취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비난한 데 이어 다소 수위를 낮췄지만 여전히 독일에 대해 강한 경고성 발언을 이어간 셈이다.
다만 나바로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과격한 무역정책 전환을 추구한다는 인상을 피하기 위해 선을 긋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공정하고 상호호혜적인 무역 관계를 원한다"며 "이는 무역장벽을 없애거나 관세 인상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무역 상대국의 장벽이나 관세를 낮추도록 협상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독일 외에도 중국의 환율정책에 대해 재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역사적으로 중국은 매우 공격적으로 통화 절하를 시도해왔다"며 미 재무부가 오는 4월 중국이 환율 조작국인지 여부에 대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버티기와 달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야심차게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라는 '선제공격'을 받은 일본은 미국과 고위급 경제회담을 잇달아 추진하면서 미국의 눈높이 맞추기에 나서고 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과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6일 자정 20분에 걸친 첫 전화통화를 갖고 양국의 경제회담 관련 대화를 나눴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이날 "경제 대화 준비를 위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세코 경제산업상의 방미(訪美)는 이달 중순 이뤄질 전망이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이번 통화에서 미국이 탈퇴를 결정한 TPP에 대해서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로스 장관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미ㆍ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한 압박과 논의가 있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일본에 FTA 체결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TPP이상의 양보를 강요해 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현재까지 TPP를 포함한 다자간 무역협상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지적했던 자동차 산업 불공정성과 재정ㆍ금융정책, 인프라 및 에너지 분야의 협력 등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담은 4월로 예정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의 회담을 앞두고 이뤄지는 것으로 무역과 경제, 산업에 대한 대략적인 안건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 2월 정상회담에서 양국 '경제대화'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가 강조해 온 양자 무역협의가 미일 고위급 경제관료들의 연속 회담을 통해 구체화되면서 미국의 향후 무역협정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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