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보복을 보면서 지난 2012년 극단으로 치닫던 중일 관계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2012년 9월 일본 정부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면서 중국의 분노가 극대화됐다. 그해 말 집권 1주년을 맞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양국 관계는 그야말로 최악으로 치달았다.
당시 중국은 현재 한국에 대해 취한 조치들을 뛰어 넘는 경제 제재들을 선포했고 중국 전역에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거세게 일었다. 2012년은 중국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 40년이 되는 해였지만 "양국 관계가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없다"는 한탄이 곳곳에서 나왔다. 중국과 일본간 고위급 외교관계는 아예 중단됐고 모든 공식적 대화 채널은 중지됐다. 중국 시위대는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자동차 전시장을 찾아 불을 질렀으며 도요타의 중국내 판매는 반토막이 났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살아날 조짐을 보였던 일본 경제는 대중 수출이 급감하면서 2012년 3분기에 역성장의 늪에 빠졌다. 중국 관광객들이 급감하면서 일본 여행산업도 된서리를 맞았다.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힘겨루기는 5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양국간 외교ㆍ안보 관계는 여전히 냉각상태다. 국제무대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총리의 표정에는 아직도 웃음이 없다.
하지만 양국의 경제 관계는 빠르게 회복중이며 문화 교류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일본은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1위 관광지로 꼽히며 일본 주요 관광지마다 지갑을 열어젖히는 중국인들로 넘쳐난다. 도요타ㆍ닛산 등 일본 6대 자동차 회사의 중국내 신차 판매는 작년 사상 처음으로 400만대를 돌파했다. 작년 말 일본의 대중 수출액은 123조엔으로 2012년 말보다 8% 증가했다.
당시 일본은 중국의 감정적 보복에 감정적 대응을 자제했다. 민간 차원에서 꾸준히 화해의 제스쳐를 취함과 동시에 대중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시아 등 수출 다변화 전략을 펴 나갔다. 일본은행(BOJ)은 부진한 경기의 회복불씨를 살리기 위해 과감한 양적완화 정책을 펼쳐 엔저를 통한 일본 기업들의 화려한 부활을 불러왔다.
일본 정부는 또 2012년 중국인 방문객들에 대한 비자 규제를 오히려 완화하면서 중국 관광객 잡기에 나섰다. 센카쿠 열도 분쟁에 따른 중국의 보복을 일본이 현명하게 극복한 것은 일본식 실용주의가 빛을 본 '전화위복'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물론 사드를 핑계로 전방위적인 보복 공세를 퍼붓고 있는 중국의 대응은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 국제사회의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사설에서 센카쿠 열도 분쟁과 사드 문제를 거론하며 해당 국가의 기업과 문화, 예술계까지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중국의 방식은 동아시아 경제와 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국이 중국의 비이성적 대응과 감정적 보복의 부당함을 비판하기에 앞서 전략적 인내와 실용적 대응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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