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이설·전경진·정준영 수습기자] 촛불세력들이 3·1절을 맞아 애국선열들을 추모하는 한편 독립투사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이어받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와 사회 개혁을 완수하자고 다짐했다.
'박근혜대통령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8차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오후 6시20분 현재 20만명이 참가했다. 집회 주제는 '박근혜 구속 만세! 탄핵인용 만세! 황교안 퇴진! 3·1절 맞이 박근혜 퇴진 18차 범국민행동의 날'로 잡았다.
퇴진행동은 탄핵심판 선고만 남긴 헌법재판소가 촛불 민심을 수용해 반드시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퇴진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이태호 퇴진행동 공동 상황실장은 '탄핵 인용과 황교안 퇴진을 위한 3·1절 광화문의 결의'를 낭독하기도 했다. 결의문에서 퇴진행동 측은 "칠흑 같은 역사의 어둠 속에서 이 나라를 지키고 정의를 세워 온 것은 이 땅의 백성들이었다"며 "오늘도 우리는 촛불을 들었다. 주권자의 이름으로 요구한다 헌재는 탄핵을 인용하라 박근혜를 즉각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3·1절을 맞아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무대에 올라 선창한 아리랑이 울려 펴지자 시민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비를 입고 자리를 지키던 시민들의 입에서 연이어 흘러 나왔다. 이른 봄비로 인한 궂은 날씨도 촛불 민심을 막지 못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주인이고 박근혜는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여러분들이고 저희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과거 겪었던 자신의 아픈 과거를 얘기하며 "폭발이 빗발치는데 살아 나와서 여러분 앞에 이렇게 똑똑하게 서서 얘기할 수 있다"며 "여러분들을 만나게 돼 한없이 반갑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15살이던 어느 날 밤 일본군에 끌려가 일본군 방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전기 고문까지 당했는데 박근혜 정부는 말 한마디 없이 한일 합의를 해버렸다"고 했다. 이어 이 할머니는 "우리는 수년간 대사관 앞에 앉아서 공식적 사과와 법적 배상을 요구했지만 결과는 한일 합의였다"며 "저희는 명예를 회복해야 하고 사죄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발언대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늘 모이신 한 분, 한 분이 유관순 열사"라며 "탄핵이 완수되고 정권이 교체돼 온전히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그날까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광장을 수호하고 국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김상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민족의 자주 독립을 얘기하는 오늘과 같은 날, 성조기를 들고 다니는 외국사람 아닌 동포 여러분, 민족의 자주 독립을 생각한다면 당장 성조기를 거두어 달라"며 "대통령 변론을 맡고 있는 법조인은 국민과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일들을 당장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는 3·1절을 기념해 태극기가 다수 등장했다. 다만 탄핵 반대단체의 '태극기 집회'와 달리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함께 달렸다.
집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우의를 입은 시민들은 하나, 둘씩 광장을 메웠다. 같은 시각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단체가 행진을 진행하면서 과도한 음향으로 진행에 방해를 받기도 했지만 집회에 나온 시민들은 구호 '헌재는 탄핵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황교안은 물러나라. 국민이 이긴다. 촛불이 이긴다'를 한 목소리로 외치며 자리를 지켰다.
도봉구 방학동에 사는 이복순(여·69)씨는 "1회 촛불집회부터 지금까지 18회 모두 참석하고 있다"며 "탄핵이 인용될 테니 박근혜 정권을 위문한다는 의미로 흰 국화를 들고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주에서 온 문병준(58)씨는 "휴일이지만 탄핵정국을 완수하기 위해 나왔다"며 "차벽을 사이에 두고 태극기집회와 대치하는 것이 애석한데 생각이 다르더라도 서로 존중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서울 홍제동에 사는 전관진(69)씨는 "태극기 수가 많고 촛불집회 참가자 수가 많고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며 "나는 탄핵이 인용됐으면 좋겠지만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각자 이유가 있겠지 않겠나. 존중한다"고 말했다.
오후 7시30분 현재 참가자들은 일제 소등 및 아리랑 합창 등을 마친 후 행진 중이다. 탄기국 등 탄핵반대 단체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율곡로 이동 후 효자동 길을 따라 청와대 100m 지점(자하문로 16길 21)까지 행진하고 있다.
앞서 탄핵반대 단체들이 세종대로 사거리~서울광장 사이에서 집회를 가진 후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하면서 양측간 충돌이 우려됐지만,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집회 현장에 경비병력 202개 중대(약 1만6천명)를 투입하고, 광화문 광장 주변에 차벽을 설치해 양측 간 접촉을 막았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이설 수습기자 sseol@asiae.co.kr
전경진 수습기자 kjin@asiae.co.kr
정준영 수습기자 labr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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